손흥민이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토트넘 입단 10년, 유럽 무대에 발을 내디딘 지 15년 만에 이룬 꿈이다. 그는 우승 직후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나"라며 그동안 쌓인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손흥민은 "지난 일주일 매일 이 순간을 꿈꿨다"고 했다. 간절한 기다림과 꿈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손흥민이 지난 10년간 토트넘에서 겪은 시간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는 클럽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우승과는 늘 거리가 멀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컵대회 등 수많은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결승전에서 좌절했다. 2019년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패했을 땐, 우승과 가장 가까이 서 있었기에 더 큰 실망감을 느껴야 했다.
특히 지난 1년간 손흥민은 축구 외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력이 흔들리자 팬들은 퇴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전 여자친구의 임신 협박 사건과 아버지가 운영하는 축구 아카데미의 폭행 논란까지 더해져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그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묵묵히 훈련하고 다시 뛰었다. 마침내 토트넘의 주장으로 팀을 유럽정상으로 이끌었다.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을 때, 영국 언론도 이 드라마에 주목했다. 현지 매체는 "손흥민이 그를 향한 모든 비판과 논란을 우승으로 지워냈다"고 평가했다. 또 "팀을 떠난 동료들이 다른 팀에서 우승컵을 드는 것을 지켜보며 아팠을 손흥민이, 마침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고 전했다.
이 이야기를 보며 배우 오정세의 수상 소감이 떠올랐다. 오정세는 20년 넘게 무명으로 지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2020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조연상을 받았다. 그는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불공평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해도 똑같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무엇을 하든 포기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저 때가 아직 오지 않은 것입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만의 동백꽃을 만나게 될 겁니다."
손흥민의 우승과 오정세의 이야기는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인생은 화려한 우승보다는 길고 지루한 싸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버틴 사람은 결국 자기만의 동백꽃을 만나게 된다.
중년의 나이에도, 아직 자기만의 우승을 맛보지 못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조금 더 버텨보자. 결국 우리 모두 언젠가 자기 인생의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순간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처럼 말이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손흥민이 지난 10년간 토트넘에서 겪은 시간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는 클럽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우승과는 늘 거리가 멀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컵대회 등 수많은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결승전에서 좌절했다. 2019년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패했을 땐, 우승과 가장 가까이 서 있었기에 더 큰 실망감을 느껴야 했다.
특히 지난 1년간 손흥민은 축구 외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력이 흔들리자 팬들은 퇴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전 여자친구의 임신 협박 사건과 아버지가 운영하는 축구 아카데미의 폭행 논란까지 더해져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그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묵묵히 훈련하고 다시 뛰었다. 마침내 토트넘의 주장으로 팀을 유럽정상으로 이끌었다.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을 때, 영국 언론도 이 드라마에 주목했다. 현지 매체는 "손흥민이 그를 향한 모든 비판과 논란을 우승으로 지워냈다"고 평가했다. 또 "팀을 떠난 동료들이 다른 팀에서 우승컵을 드는 것을 지켜보며 아팠을 손흥민이, 마침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고 전했다.
이 이야기를 보며 배우 오정세의 수상 소감이 떠올랐다. 오정세는 20년 넘게 무명으로 지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2020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조연상을 받았다. 그는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불공평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해도 똑같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무엇을 하든 포기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저 때가 아직 오지 않은 것입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만의 동백꽃을 만나게 될 겁니다."
손흥민의 우승과 오정세의 이야기는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인생은 화려한 우승보다는 길고 지루한 싸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버틴 사람은 결국 자기만의 동백꽃을 만나게 된다.
중년의 나이에도, 아직 자기만의 우승을 맛보지 못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조금 더 버텨보자. 결국 우리 모두 언젠가 자기 인생의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순간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처럼 말이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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