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프로야구 굿즈와 뮷즈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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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6  |  수정 2025-05-26 07:12  |  발행일 2025-05-26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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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논설위원
한국프로야구(KBO) 굿즈 열풍이 그야말로 거세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예매 전쟁이 불붙었고 굿즈 수집이란 새로운 유행도 생겨났다. 이는 남성들이 즐겨 찾던 야구장에 젊은 여성 관중과 가족 단위 관중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팬덤 현상이다. 프로야구 굿즈 시장은 아이돌 팬덤 시장 못지않게 활성화됐다. 각 구단의 유니폼, 응원봉 구매는 기본이다. 선수 한정판 굿즈, 시즌 테마상품은 판매하자마자 순식간에 완판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해 10만원 넘게 주고 삼성라이온즈 유니폼을 샀던 아들이 올해 '한정판이다' '배찬승이 너무 좋다'며 유니폼 2개와 응원봉, 머리띠까지 샀다. 응원봉과 머리띠는 친구들에게 선물할 것까지 넉넉하게 구매했다. 금요일, 토요일 오후만 되면 수시로 사라지는 아들은 친구들과 야구장을 찾아 축제 같은 스포츠 문화를 즐긴다.

프로야구 열성팬이 급증하자 아이돌처럼 프로야구 선수 화보 스토리북까지 나왔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 우승을 이끈 김도영 선수의 화보 책자다. 이 책은 프로야구 최초의 선수 화보 스토리북이다. 프로야구 굿즈의 인기는 편의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와 손잡고 특화 매장을 연 GS25는 올해도 한화 이글스 특화 매장을 마련해 협업 굿즈를 판매한다. CU는 두산 베어스와 손잡고 굿즈를 내놨다. 프로야구가 단순한 인기 스포츠를 넘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야구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굿즈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한 가지는 '뮷즈'다. '뮤지엄'과 '굿즈'를 합친 뮷즈는 박물관 아트 상품이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에서 확산하고 있다. 몇 년 전 BTS 멤버 RM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관람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전시 사진이 화제가 됐다. RM의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관람 사진과 그곳에 전시된 반가사유상의 굿즈 사진이다. 이후 반가사유상 굿즈는 순식간에 완판됐고 뮷즈의 인기는 치솟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는 이미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국립 굿즈'라는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로 마니아층이 있었지만, 국보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본뜬 반가사유상 굿즈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대중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그래도 아직 프로야구 굿즈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여전히 순수예술의 문턱을 높게 생각하는 이들이 다수다. 기대할 만한 것은 뮷즈의 고객층이 프로야구처럼 20~3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 층의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프로야구 굿즈처럼 대유행을 일으킬 잠재력을 가졌다.

국립박물관 뮷즈는 해외로도 진출한다. 지난 13~16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엑스포의 '한국우수상품전'에 참가한 데 이어 오는 11월에는 미국에서도 선보인다. 11월부터 3개월간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국외 순회전에서 전시 기간 중 뮷즈 38종을 현지 뮤지엄숍에서 판매한다. 전시는 물론 뮷즈도 큰 반향을 일으키길 바란다.

대구에도 국립대구박물관과 대구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 등 대형미술관이 여럿 있다. 다양한 굿즈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돼 있다. 그동안 박물관, 미술관에서 굿즈를 선보였지만 큰 파급력은 없었다. 이들 박물관, 미술관에서도 멋진 디자인의 굿즈가 나오길 기대한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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