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가정의 달에 우리가 보고 싶은 것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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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30  |  수정 2025-05-30 07:16  |  발행일 2025-05-30 제26면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이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인연을 맺고 함께 살아가며 때로는 아이를 키우는 일상의 공간이다.

결혼은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을 선택해 미래를 함께하겠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상대가 누구든, 사랑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의 크기는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이 특별한 결합, 이 평범하고도 위대한 공동체를 기념하기 위해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만물이 소생하고 꽃이 만개하는 이 계절처럼, 가정이라는 공간도 사랑으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가정은 그렇게 이상적인 모습만은 아니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삶을 함께하다 보면 숨결조차 버거운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모든 관계는 그렇게 갈등과 충돌을 겪는다. 문제는 이 갈등이 미디어에 비치는 방식이다.

최근 방송은 이혼 위기, 육아 피로, 고부 갈등 등 가정의 균열을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소비한다. 자극은 시청률을 부르고, 반복 노출은 가정에 대한 회의로 이어진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새 결혼이란, 가정이란, 갈등과 상처가 반복되는 관계쯤으로 인식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이런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결혼과 가족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회피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며칠 전, 우연히 본 짧은 영상 하나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배우 정은표 가족의 일상이었다. 그저 아들은 평범하게 벨을 누르고 집에 들왔을 뿐인데 엄마, 아빠, 여동생 등 온 가족이 현관으로 달려와 그를 반겼다. “오늘도 고생했어”라며 안아주는 부모, 질투하듯 끼어드는 여동생. 영상은 부엌으로 이어졌다. 요리 중인 아내에게 정은표는 “당신은 참 매력적인 여자야”라고 하자, 아이들이 “그럼! 우리 엄만 매력덩어리지”라며 장단을 맞췄다. 대단한 이벤트도, 감동을 의도한 장면도 아니었다. 그저 서로를 칭찬하고 환대하며 따뜻하게 바라보는 평범한 일상이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 영상에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런 가족을 보고 싶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결국 우리가 진짜 보고 싶었던 건, 서로 상처 주며 이혼을 말하는 부부의 갈등이 아니라, 작은 행동 하나에도 웃으며 “고생했어”라고 말해주는 가정의 풍경이 아닐까. 따뜻한 눈빛, 존중을 담은 말 한마디, 사소한 일에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정의 달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시청률·조회수 경쟁이 아니다. '가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과회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콘텐츠다. 막장 대신 따뜻함을 보여줄 책임은, 그 시대를 기록하는 미디어에 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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