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일화를 압박하는 발언 뒤 퇴장하자 바로 이어서 의총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6·3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면서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으로 전락했다.
더욱이 패배를 수습하고 당을 재정비해야할 상황이지만, 대선 과정에서조차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계의 내홍이 지속됐던 만큼 당의 혼란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원인과 수습책을 두고 당분간 혼돈에 빠질 전망이다.
첫번째 관건은 대선 패배 책임을 어디에 둘지다. 당내에서는 먼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으로 인해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친윤들에 대한 조치가 필수 불가결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친윤들이 비상계엄을 옹호했고 이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배신자라는 프레임으로 몰아넣어 결국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김문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애매한 스탠스를 보이며 중도층으로부터 외면받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상대책위원회'의 유지 여부도 주목된다. '90년생 김용태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을 수습해야하는 만큼, 새로운 비대위 구성 또는 빠르게 전당대회 대회를 열어야하는 것이 국민의힘의 과제다.
문제는 이 경우 다시 계파 갈등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차기 지도부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관장해야 하는 만큼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당내 세력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친윤이다.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을 끝까지 감싸며 당을 더욱 수렁으로 밀어 넣은 친윤 지도부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대선 후보 선출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던 친한계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애초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자체가 잘못됐고 당내에서 잘못을 외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도 이 사람들을 무시하고 친윤들 마음대로 하니 당이 이 꼴이 됐다.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말했다.
친한계인 배현진 의원도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기 대선은 결국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 인해 치러지는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 모두가 윤석열 정부가 잘 되길 바랐는데 결국 계엄으로 탄핵이 됐다"며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며 국민들을 화나게 한 친윤 핵심들에 대해 정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윤계의 한 의원은 "대선 패배로 결국 소수 야당으로 힘이 빠지는데 계파 갈등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에 앞서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TK 출신의 한 의원은 "누구 때문에 치러진 조기 대선인데 그 사람 옹호만 하고 잘못을 지적하면 배신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니 국민들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며 "어쨌든 친윤계가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사람을 중심으로 당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 진영 내에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기존 주류 세력들이 '우리 모두의 잘못'으로 뭉개고 갈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된다면 당이 더욱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친윤, 부정선거론, 한덕수 단일화 문제 등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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