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샤넬이 또다시 가격을 인상했다. 올해만 세 번째다. 이번 인상에는 샤넬의 상징인 클래식백도 포함됐다. 까만 가죽에 퀼팅 무늬, 금장 체인으로 대표되는 클래식백은 1천660만원, 22백 미디움은 867만원으로 6~8% 인상됐다. 결혼예물로 인기인 코코 크러쉬 링도 270만원을 넘겼다. 샤넬 측은 환율을 이유로 들었지만, 환율이 내릴 때 가격을 낮춘 기억은 없다.
명품 가격 인상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해마다, 짧게는 반기마다 오르지만 매장은 여전히 붐빈다. 오픈런은 일상이 됐고, 줄 서서 사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소비자들은 불평하면서도 줄을 서고, 결국 산다. 브랜드는 이를 안다. 그래서 가격을 올리고 또 올린다.
문제는 '명품이니 비싸다'는 인식이 '비싸니 명품이다'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샤넬만의 문제가 아니다. 천만원이 넘는 가방도 '명품이니까'라는 이유로 거리낌 없이 구매된다. 이제 명품은 '사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 '살 수 있으니 사는' 물건이 됐다. 가격이 오를수록 가치가 높아졌다는 착각이 소비를 부추긴다.
온라인에는 “샤넬 클래식 곧 2천만원 넘겠다”, “구매 의욕이 사라진다” “이젠 명품이 아니라 호갱템”이라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그 뒤엔 “그래도 살 사람은 산다”는 냉소가 따라붙는다.
명품 브랜드는 이를 안다. 그래서 '일상 속 명품' 전략을 앞세운다. 제니와 고윤정은 샤넬을 입고, 들고, 바르고 일상을 산다. 출근길도 샤넬이다. 이런 장면은 SNS를 타고 퍼지고, 소비자는 '나도 샤넬을 입으면 제니처럼 예뻐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명품은 이제 TV나 런웨이가 아닌 일상 속에 있다. 수천만원짜리 가방도 '기본템'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스타가 착용한 명품은 금세 '구식'이 되고, 소비자는 또 다른 제품을 찾는다. 인증샷엔 '나는 명품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담긴다.
마케팅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들에겐 전략이고 생존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브랜드 가치가 진짜 높아지고 있는 걸까. 오히려 마모되고 있는 건 아닐까.
엄마의 가방이 딸에게, 손녀에게 전해지는 명품의 가치는 몇 달 만에 유행이 지나 옷장에 묻히는 지금의 소비 구조와는 다르다. 오늘도 스타는 또 다른 샤넬 가방을 들고, 또 다른 데일리룩을 입는다.
명품은 고급스러워야 하고, 특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주, 아무렇지 않게 오르는 가격은 소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무비판적 소비가 계속된다면, 명품은 더 이상 명품이 아닌, '비싸지기만 하는 물건'이 될 것이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명품 가격 인상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해마다, 짧게는 반기마다 오르지만 매장은 여전히 붐빈다. 오픈런은 일상이 됐고, 줄 서서 사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소비자들은 불평하면서도 줄을 서고, 결국 산다. 브랜드는 이를 안다. 그래서 가격을 올리고 또 올린다.
문제는 '명품이니 비싸다'는 인식이 '비싸니 명품이다'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샤넬만의 문제가 아니다. 천만원이 넘는 가방도 '명품이니까'라는 이유로 거리낌 없이 구매된다. 이제 명품은 '사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 '살 수 있으니 사는' 물건이 됐다. 가격이 오를수록 가치가 높아졌다는 착각이 소비를 부추긴다.
온라인에는 “샤넬 클래식 곧 2천만원 넘겠다”, “구매 의욕이 사라진다” “이젠 명품이 아니라 호갱템”이라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그 뒤엔 “그래도 살 사람은 산다”는 냉소가 따라붙는다.
명품 브랜드는 이를 안다. 그래서 '일상 속 명품' 전략을 앞세운다. 제니와 고윤정은 샤넬을 입고, 들고, 바르고 일상을 산다. 출근길도 샤넬이다. 이런 장면은 SNS를 타고 퍼지고, 소비자는 '나도 샤넬을 입으면 제니처럼 예뻐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명품은 이제 TV나 런웨이가 아닌 일상 속에 있다. 수천만원짜리 가방도 '기본템'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스타가 착용한 명품은 금세 '구식'이 되고, 소비자는 또 다른 제품을 찾는다. 인증샷엔 '나는 명품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담긴다.
마케팅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들에겐 전략이고 생존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브랜드 가치가 진짜 높아지고 있는 걸까. 오히려 마모되고 있는 건 아닐까.
엄마의 가방이 딸에게, 손녀에게 전해지는 명품의 가치는 몇 달 만에 유행이 지나 옷장에 묻히는 지금의 소비 구조와는 다르다. 오늘도 스타는 또 다른 샤넬 가방을 들고, 또 다른 데일리룩을 입는다.
명품은 고급스러워야 하고, 특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주, 아무렇지 않게 오르는 가격은 소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무비판적 소비가 계속된다면, 명품은 더 이상 명품이 아닌, '비싸지기만 하는 물건'이 될 것이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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