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파민’ 터졌다…다시 돌아온 인형뽑기 열풍

  • 이지영·방정원 인턴·김도경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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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12 18:36  |  발행일 2025-06-12
골목마다 늘어난 무인 뽑기방…‘딱 한 판만’으로 시작
스트레스 풀리고 쾌감까지…다시 돌아온 ‘뽑기의 시대’
최근 대구 동성로와 대학가 등 젊은 상권을 중심으로 인형뽑기방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가방고리용 인형을 뽑는 미니뽑기 기계가 출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방정원 인턴

최근 대구 동성로와 대학가 등 젊은 상권을 중심으로 인형뽑기방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가방고리용 인형을 뽑는 미니뽑기 기계가 출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방정원 인턴

점심시간이 막 지난 대구 동성로. 직장인 김모씨(31)가 커피를 내려놓고 인형뽑기 기계 앞에 섰다. 어깨너머로 동료 셋이 숨을 죽인다. 집게발이 천천히 움직이다 '딸깍' 소리와 함께 내려간다. 김씨는 두 손을 모은 채 기계를 응시한다. 인형은 들려 올라오지만 출구 앞에서 '툭' 떨어진다. "이번엔 될 것 같았는데…" 탄식이 뒤따른다. 김씨는 "한판만 하자는 게 열판이 됐다"며 "비싸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풀려 자꾸 하게 된다"고 말했다.


요즘 동성로를 걷다 보면 김씨처럼 인형뽑기에 빠진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뽑기방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 골목을 지나는 사이 두세 곳은 기본이고, 큰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거나 나란히 붙은 점포들도 많다.


인형뽑기방 외부 모습. 방정원 인턴

인형뽑기방 외부 모습. 방정원 인턴

인형뽑기 열풍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2010년대 중후반 번화가를 중심으로 퍼졌던 뽑기방은 잠시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들어 동성로와 대학가, 지하철역 인근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거리 곳곳에 늘어난 뽑기방의 인기를 말해주듯, '뽑기'와 '도파민'을 합친 신조어 '뽑파민'도 등장했다. 짧은 몰입과 성취의 쾌감은 세대와 상관없이 통하고 있다.


뽑기 기계도 진화했다. 예전에는 집게발을 이용한 크레인 기계와 상품을 밀어내는 푸시기계가 대세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가방고리용 인형을 뽑는 미니뽑기 기계가 출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형의 퀄리티도 한층 높아졌다. 한 판 가격은 천원에서 이천원 선, 특히 카드결제가 가능해져 고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주 3~4회 뽑기방을 찾는다는 최모(25)씨는 "원하던 인형을 뽑았을 때의 쾌감이 좋아서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김모(26)씨는 "요즘 재미삼아 가볍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별로 없는데, 뽑기는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고 했다.


계속된 실패 속에서도 나름의 전략을 세우는 이들도 있다. 박모(25)씨는 "오히려 멀리 있는 인형을 노린다"며 "출구통 앞에 쌓인 인형들을 탑 삼아 넘기는 방식으로 시도한다"고 말했다.


동성로에서 인형뽑기방을 운영하는 서윤지 점주는 "요즘은 일부러 인형뽑기를 하러 나오는 손님도 많다"며 "대부분 카드 결제를 지원하다 보니 10~20대 손님 비중이 높고, 무인으로 운영 가능해 관리도 수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설치비용만 감당하면 이후 인건비나 유지비가 적게 들어, 타 업종에 비해 창업 부담이 덜한 구조도 뽑기방 확산의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인형뽑기의 인기 배경에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김은정 감성힐링코칭아카데미 학습코칭 강사는 "즉각적인 보상과 성취감, 몰입의 쾌감, 스트레스 해소 효과 등이 맞물리면서 '소확행'과 오프라인 체험 선호라는 문화 트렌드까지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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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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