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홍익인간 정신으로 휴지심 나눠요” 환경미화원 박현수씨의 따뜻한 나눔

  • 이원욱 시민기자 jud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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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17 21:58  |  발행일 2025-06-17
휴지심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박현수 씨가 근무지 한편에서 나눔을 위해 모은 휴지심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박현수씨 제공>

휴지심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박현수 씨가 근무지 한편에서 나눔을 위해 모은 휴지심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박현수씨 제공>

화장실과 복도, 계단 곳곳을 하루도 빠짐없이 청소하는 대구 달서구 학산중학교 환경미화원 박현수(49)씨. 이곳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그는 학교의 유일한 환경미화원이다. 박씨는 매일같이 마주치는 쓰레기 중에서도 특히 종이류나 플라스틱, 캔처럼 재활용 가능한 것들은 꼼꼼히 분리 배출한다.


전업주부로 15년을 보내고, 코로나19 시기에 방역도우미로 사회에 발을 들인 박씨는 작년 어느 날, 일과를 마치고 한 가지 생각에 잠겼다. 하루 많게는 5개 이상 나오는 휴지심을 어디에 쓰면 좋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휴지심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만들기 재료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고, 박씨의 특별한 나눔은 해가 바뀌어도 계속되고 있다.


10개월 전, 휴지심 100여 개를 모아 나눔한 것을 시작으로, 박씨는 현재 휴지심을 500개 이상 나누었다. 점보롤과 같이 큰 휴지심은 5차례에 걸쳐 100개 이상 나눴다. 그가 관리하는 화장실이 여러 개라 넉넉히 3주면 작은 휴지심 100개는 거뜬히 모은다.


휴지심 나눔을 받아가는 사람은 주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선생님들이다. 이들이 나눔을 받으며 잊지 않고 하는 감사 인사 한마디에 박씨는 큰 보람을 느낀다. 박씨는 "휴지심이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아이들의 창의력 신장과 환경교육 소재로까지 활용된다는 사실이 놀랍고 반갑다"고 말했다.


박씨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왜 나눔을 하지?'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낯선 이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물건을 나눔 받은 경험이 그의 마음을 180도 바꿨다. 박씨는 "나를 모름에도 불구하고 기분 좋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고,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눔은 누군가에게 받은 따뜻한 마음에 대한 또 다른 보답인 셈이죠"라고 말했다.


박씨는 휴지심뿐 아니라 주방도구와 책, 옷 등 본인에게는 필요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건이라면 언제든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나눔 이면에는 그가 말하는 홍익인간 정신이 깔려 있다. 휴지심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박씨의 '나눔 철학'은 그의 일터에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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