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 ‘만지작’…세계 경제·안보 시계 제로

  •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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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3 22:18  |  발행일 2025-06-23
한국에 치명타…미국-이란, 유엔 안보리서 보복 예고하며 격돌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22일(현지시간)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AFP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22일(현지시간)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AFP 연합뉴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세계경제는 물론 안보마저 시계 제로 상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에스마일 쿠사리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SNSC) 위원장은 22일(현지시각) 국영 프레스TV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우리의 대응 시나리오 중 하나이며, 필요 시 즉각 실행할 것"이라며 "최종 결정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3면에 관련기사


이번 결의는 미국이 지난 21일 새벽 단행한 대규모 공습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다. 미국은 '미드나잇 해머(Operation Midnight Hammer)' 작전을 통해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의 이란 핵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이번 이란 의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SNSC에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승인할 경우, 실제 해협 봉쇄가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상 통로로, 세계 원유 수출량의 약 20~25%, LNG 수출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해 이동한다. 하루 평균 약 2천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운송되며, 이 중 상당수가 이란의 영해를 통과하는 항로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 경우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곳을 통과한다. 이곳이 막히면 원유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 세계에 '오일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무엇보다 내수·수출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떠안은 한국 경제에 '중동 리스크 고조'는 치명타다. 당장 유가 상승과 운송비 증가로 인한 환율·국내 물가 상승·주가지수 하락 등으로 수출·내수 동반 침체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수도 있다. 주한미군의 방공 전력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 배치된 와중에 미국이 추가로 주한미군 전력의 차출을 요구할 수 있어 대북 방어력 공백 사태가 예상된다. ▶6면에 계속


세계적인 안보 리스크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페르시아만 내 원유수출기지를 갖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원유 수출 길을 막는 결과도 초래해 이들 국가와 이란 간 분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란의 우호국인 중국은 막대한 피해가 돌아간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주도로 서방 진영이 이란산 석유 거래를 제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란의 석유 수출 물량의 약 90%를 소화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중국이 해상을 통해 추진한 원유 수입량의 16%가 이란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상황이 악화해 이란의 원유 생산 인프라가 공격당하거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극단 조치'를 감행하게 되면 중국의 에너지 안보 역시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중동 사태 확산을 좌시할 수 없는 이유다. 사태 추이에 따라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도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기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고 미국이 이란 내 공습을 강화하면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미국과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보복을 언급하며 격하게 맞섰다. 22일 유엔TV에 따르면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은 "이란은 사태를 확대하지 말아야 하며, 미국이나 미군 기지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파괴적인 보복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맞선 이란의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대사는 "이번 사태에 대한 이란의 균형 있는 대응 시기, 성격, 규모는 군부가 결정할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월가 투자은행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태로 공급과 수요 균형이 팽팽했던 석유시장에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부각됐다"며 "(미국의 폭격이) 일회성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비슷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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