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대구시의원.
"비만 오면 수족관 콘센트 근처가 축축해서 늘 겁이 나요. 전선은 거미줄처럼 엉켜 있는데, 우리 같은 노인들이 뭘 어떻게 손대겠습니까."
최근 대구의 한 전통시장 수산물 상가에서 만난 상인 김모씨(67)는 물기가 흥건한 바닥 위로 복잡하게 얽힌 배전 설비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24시간 가동되는 수족관 산소 공급기와 냉각기 소음이 시장 통로를 메우고 있었지만, 천장 위로 지나가는 전선들은 피복이 벗겨지거나 먼지가 두껍게 쌓인 채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대구시의회 박종필 의원(비례)이 시정질문을 통해 제기한 이같은 전통시장 화재 위험은 실제 현장 곳곳에서 확인됐다. 시장 골목 상단에 설치된 아케이드 아래로는 상인들이 임의로 설치한 비닐 천막과 합판 조각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특히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무허가 창고와 가건물들은 화재 시 유독가스를 내뿜는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무허가 시설물은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행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16년 서문시장 4지구와 2022년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 당시 순식간에 불길이 번진 것도 이러한 가연성 구조물이 원인이었다.
화재 통계에 따르면 전통시장 사고의 약 절반은 전기적 요인에서 시작된다. 상시 습기에 노출된 어시장과 도매시장의 경우 위험도는 더욱 높다. 노후한 전선이 냉방 시설 및 수조 설비와 뒤엉켜 있는 구조는 과부하와 단락 사고의 단골 원인이 된다.
박 의원은 대구시가 전통시장 내 가건물 현황을 전수 조사하고, 특히 전력 소비가 극심한 수산물 상가 등에 대해 실효성 있는 전기 안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상인들은 "사고가 나면 시장 전체가 끝장난다는 건 알지만, 개별 점포가 수천만 원 드는 전기 공사를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시의 직접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와 대구시의 예산 투입 방향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그간 수천억 원이 투입된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바닥 포장과 아케이드 설치 등 외형은 개선됐지만, 상인들이 체감하는 매출 변화는 미미하다.
대구시가 추진 중인 디지털 시장 육성사업 역시 현장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배송 앱이나 온라인 쇼핑몰 입점 지원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정작 시장 입구의 무인 주문기(키오스크)는 꺼져 있거나 고령 상인들에게 외면받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박 의원은 "혈세가 투입된 디지털 전환 사업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역 정치권은 대구가 전국 평균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도시인 만큼 빠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쇠퇴는 단순히 상권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넘어 지역 민생 경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의원은 "시설 현대화라는 이름의 하드웨어 지원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안전이 보장된 환경 속에서 실질적인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정책 재설계가 시급하다"며 대구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당부했다.
한편 대구시는 이번 시정질문 답변을 통해 노후 시장 안전 점검 강화와 디지털 사업의 효과성 검증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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