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후 3시쯤 대구 북구 노곡동에 침수 피해가 발생해 차량 다수가 물에 잠겨 있다. 북구청 제공.

17일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에서 소방대원이 침수 피해 현장의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 박영민 기자.

17일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 폭우로 차량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도로가 통제되고,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박영민 기자

17일 대구 북구 노곡동의 한 상가 출입문에 침수로 인한 진흙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내부에는 물에 젖은 물품들이 쌓여 있다. 최우영 북구의원 제공.

17일 대구 북구 노곡동의 한 식당 내부가 침수로 어질러진 모습. 바닥에는 진흙과 물때가 남아 있고, 의자와 식탁 주변에 쓰러진 물품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최우영 북구의원 제공.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17일 오후 4시30분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 피해 현장. 한때 허리까지 차오르던 물은 조금씩 빠지고 있었지만 이미 마을 곳곳은 진흙탕밭이었다. 소방당국과 북구청 등 관계자들은 삽과 살수차 등으로 진흙을 걷어내고 있었다. 상가건물 식당 안에는 침수피해를 막느라 지친 주민들이 힘없이 앉아 있었다. 건물 내부엔 진흙물이 남긴 얼룩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수 십년간 노곡동 일대에 거주해온 김태열(77)씨는 멀찍이서 피해 현장을 바라봤다. 김씨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며 "배수구가 막혀서 이 사달이 났다. 물만 제때 빠졌어도 피해가 이 정도로 커지진 않았을텐데, 15년 전 상황때 처럼 물이 안 빠지면서 큰 피해를 입게 됐다"고 했다.
앞서 오후 3시부터는 이 일대 도로는 전면 통제됐다. 도보 이동도 힘들었다. 마을 진입로가 차단되자 외출했던 주민들은 한참을 도보로 와야하는 불편을 겪었다. 주민 조호종씨(76)는 "친구 만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인데 버스에서 중간에 내려 걸어왔다. 무릎도 아픈데 언제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비가 오면 수문을 열어 물을 빼야 하는데 그런 조치를 안 하니 결국 주민들만 생고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침수 원인으로 배수 설비의 부실한 작동을 꼽았다. 특히 쓰레기나 나무 등 이물질을 걸러내는 '제진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괴물레기를 들고 직접 복구에 나선 김용태(69)씨는 "배수 설비가 잘 작동하지 않았다. 현재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침수 피해는 식당과 주택 등 건물 20~30채, 차량 6~7대"라고 말했다.
노곡동은 15년 전에도 같은 문제로 물난리를 겪었다. 주민들은 개선되지 않은 침수 피해 대책에 대해 재난당국에 침수피해 예방을 위한 확실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현장에서 만난 최우영 북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배수 설비는 작년 집중호우에는 제대로 작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작동 부실인지, 관리상 문제인지 철저히 점검해 피해가 커진 원인을 꼭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민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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