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원인 '제진기 미작동' 결론
대구시 "수문도 개방 안됐다"
안실련 "대형 빗물터널 필요"

17일 오후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갑작스러운 폭우로 도로가 침수되자 경북119구조대 대원들이 고무보트를 이용해 수색 및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지난 17일 발생한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사태는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침수 당시 제진기 미작동(인터넷 영남일보 7월 17일자 단독보도) 등 배수시설이 전반적으로 정상 작동·관리되지 않은 것이다. 21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침수 당시 현장에선 제진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기타 배수 관련 설비 문제로 물빠짐 작업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일부 주민 사이에선 "배수펌프 등 여러 배수설비 시스템 중 하나라도 정상 작동했다면, 침수까지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날 대구시가 발표한 노곡동 침수 피해 경위 조사결과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대구시는 당시 제진기 가동이 중지됐고 수문이 개방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고로 주택과 사업장, 자동차 침수 등 66건(20일 기준)의 피해가 발생했다. 대구시는 22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2주간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노곡동 침수 조사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사고 원인 조사 분석 및 배수시설 기계적 결함여부 확인, 개선대책 제안 등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측은 "여러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침수 피해의 원인을 확인할 방침이다. 조사위원회 운영을 거쳐서 종합 개선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번 노곡동 침수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대구안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곡동 일대는 이미 2010년 7~8월에도 집중호우로 인해 주택과 차량 침수 피해를 겪은 바 있다. 당시 배수펌프 유입구에 설치된 제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부유물에 의해 배수에 차질이 생겼다"며 "이번 침수 역시 제진기 미작동이 반복된 인재로 보인다. 관리 소홀과 부실 운영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더 이상 인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구시 등이 실질적인 개선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제진기와 배수펌프 등 전 시설에 대한 전수 점검 및 정기관리를 체계화하고, 대형 빗물터널과 대심도 배수로 등을 설치하거나 도시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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