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모순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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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2  |  발행일 2025-07-22 제23면

모순 (矛盾)은 어떤 두가지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온다. 방패와 창을 파는 사람이 "내 방패는 견고해서 그 어떤 물건으로도 뚫을 수 없소"라고 말하고는, "내 창은 날카로워서 그 어떤 물건도 뚫지 못하는 것이 없소"라고 자랑했다. 그때 누군가가 "그럼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됩니까?"라고 물었더니 그 사람은 대답하지 못했다고 한데서 나왔다.


이재명 정부 초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후보자와 국회의원의 앞뒤가 맞지 않는 말에 허탈감을 느꼈다. 지난 2022년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윤석열 정부 1기 장관 후보자에게 불거진 각종 의혹들을 들이대며 사퇴를 종용했다. 이번 장관 후보자들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갑질논란·논문표절·재산 허위신고·이해충돌 등 수많은 의혹을 안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의혹에 대한 올바른 해명을 요구하기 보다 근거없는 인신공격이라며 후보 감싸기에 급급했다. 일부 후보자는 자신이 국회의원일 때 동일한 의혹을 받았던 후보자에게 사법적 판단을 받으라고 쏘아붙였으나, 이번에는 거짓말로 위기만 모면하려고 했다.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폴 윤은 소설집 '벌집과 꿀'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설명하면서 "인간은 다양한 면모를 품은 채 매일 같이 걸어 다니는 모순덩어리죠. 선하면서도 악하고, 완벽하면서도 결점투성이"라고 말했다. 이번 청문회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모순에 대해 배운 시간이었다. 배움이나 인격의 깊이와 상관없이 정치적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모순덩어리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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