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하중환 대구시의회 운영위원장-그를 기억하는 우리의 자세

  • 하중환 대구시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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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4 11:44  |  발행일 2025-07-24
하중환 대구시의회 운영위원장

하중환 대구시의회 운영위원장

올해 1월, 대구 달성군 한 저수지. 겨울 한복판의 찬물 속에 한 어린 중학생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친구들이 물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는 세 명의 친구를 구해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돌아오지 못했다. 무모한 용기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언한다. 그것은 '본능적인 의로움'이었다. 타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놓은 사람에게,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우리는 그저 고개 숙여 경외하고, 두 손 모아 존경해야 한다.


국가는 그의 숭고한 희생을 외면하지 않았다. 지난 5월 22일, 보건복지부는 박 군을 공식 '의사자'로 지정했고, 30일 대구시는 그를 첫 번째 '의로운 시민'으로 결정했다. 유족에게는 위로금이 지급됐다. 필자는 유족을 직접 찾아가 '의로운 시민 증서'를 전수했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입법자로서가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 머리를 숙였다. 그 순간, 정치적 언어나 절차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오직 감사와 경외의 감정만이 진실했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한 사람의 용기를 기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의로운 시민 제도'가 드디어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다. 그간 사회는 의로움에 무심했다.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이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거나, 세상에 잊히는 일이 적지 않았다. 선한 행동이 외면받는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제도를 만들고 정비한 이유는 분명하다. 용기 있는 선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공동체가 끝까지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사회가 의로움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누가 다시 선을 선택하겠는가.


사실 '의로운 시민'을 기리는 제도는 해외에서도 이미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미국에는 1904년,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창설한 '카네기 히어로 기금'이 있다. 생명의 위협 속에서 타인을 구조한 시민에게 훈장과 금전적 지원, 자녀 교육까지 제공한다. 영국의 '왕립인명구조협회'는 해상 구조 활동을 이끄는 민간 자원봉사 조직으로, 구조자에게 훈장과 예우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 제도는 공통적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의로운 시민'이란 단순한 표창이 아니라, 사회가 지켜야 할 윤리적 계약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조례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의로운 시민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일은 공동체의 도덕성과 건강성을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시는 박 군과 같은 숭고한 사례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누구나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추모 공간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의 이야기를 교육 자료로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이 살아 있는 우리가 박 군을 기억하는 방식이며, 그의 의로움을 '사회적 자산'으로 승화시키는 길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자주 '정의'와 '용기'를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는 모른다. "당신은,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선뜻 답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더욱, 우리는 박 군을 기억해야 한다. 기억하는 일조차 버거운 이 시대에, 그의 선택은 맑고 고귀했다. 그를 예우하는 일은 곧 우리 부족함을 대신하는 일이다. 그의 이야기는 단지 한 중학생의 영웅담이 아니다. 이 사회가 어떤 가치를 붙잡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나침반이다. 그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우리 모두 잃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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