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1천원 짜장면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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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31 08:38  |  발행일 2025-07-31

현재 우리나라 지폐 가운데 가장 낮은 단위가 1천원이다. 500원권 지폐가 있었던 예전에는 1천원이면 살 수 있는 물품이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러나 500원권 지폐가 사라지고 5만원권도 등장하면서 1천원은 꼬맹이들의 눈길을 끌기에도 부족한(?) 금액으로 전락했다. 1천원 샵의 대명사인 다이소에서도 1천원짜리 물건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국민 음식인 짜장면 한 그릇을 단 돈 1천원이면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대구시 중구 반월당역 지하상가에 입점한 중식당 '산시로'에서는 곱배기도 2천원이다. 왠만한 중식당 짜장면 값이 1만원 안팎이고 대구시 평균 짜장면 가격이 6천원인 것과 비교해도 믿기 힘든 가격이다. 주인인 이승환씨는 20년 전부터 '1천원 콩나물 국밥' 등을 운영해 봤다지만, 그 때와 지금의 1천원 가치는 비교하기 어렵다. 편의점에서 짜장라면이나 아이스크림 하나도 살 수 없는 1천원의 초라한 처지지만, '산시로'에서는 당당하게 한끼 식사를 먹을 수 있다. 이 곳에서는 1천원의 가치는 다른 곳과 다르다.


지난 1일 문을 연 산시로에는 하루 500명 정도가 찾는다. 사람이 몰리다보니 인근 식당 생각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재료소진 때까지만 영업하기에 기다리던 사람들이 인근 식당을 찾는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재료비와 임대료 등을 감안하면 1천원으로는 사실상 이윤추구가 불가능하고 주인 이씨의 몸도 좋지 않아 언제까지 운영될지 알 수 없다. 어르신의 꼬깃꼬깃한 1천원이, 청년들이 알바비로 받은 1천원이 환한 웃음을 안겨주는 이곳이 조금이라도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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