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진 대구교총 회장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AIDT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법안을 처리했고, 한편에서는 AI 기반 미래 교육의 정책 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필자는 AIDT를 교육 자료로 낮추는 법안을 처리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예산을 들여 시행 중인 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적인 타당성, 콘텐츠의 적절성, AI 추천 기능의 신뢰도, 오류 가능성 등을 검증하고 국가가 제시한 기준과 절차를 통과한 것을 뒤집었다는 것은 성급하게 AI 교과서를 추진한 것만큼이나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개정안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AI 교과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돈과 예산, 노력이 들어갔음에도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교과서를 만들었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훌륭한 교과서라면 왜 학생 접속률이 10%밖에 안 되고, 왜 현장 교사들이 사용하지 않겠느냐"라고 비판하며 "여론 수렴과 현장 소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론 수렴과 현장 소통의 필요성은 필자도 100%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제 도입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갑작스러운 시행으로 교사들로 하여금 충분히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는데, 교사 사용률과 학생 접속률을 탓하며 AIDT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시대적 변화의 요구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그 성과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여 일반화하는 것도 아직은 성급한 일이다.
필자는 AIDT의 장점을 열거하지는 않겠다. 문제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검증할 시간을 주어야 하고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논의되어야 AIDT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AIDT가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격하될 경우 학교마다 사용 방식이 달라지고, 검정 기준, 표준화 시스템, 효과 분석 체계에서 이탈하게 되어 문제점을 개선할 여지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혹자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몰입으로 인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걱정한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탄탄한 활자 문해력을 바탕으로 그 이상의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자료와 기기에 대한 이해 및 활용 능력을 갖추어 스스로 자료를 찾고, 그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하여 자료를 만드는 등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혹자는 AIDT를 수업 내내 켜놓은 상태에서 학생은 화면만 쳐다보고 교사는 감시자가 되는 이러한 현실은 교육이 아니라고 질타하며, AI도 없고 교과서도 아닌 실적용 콘텐츠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서책형 교과서가 교육과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교육할 수 있게 만든 보조 자료이듯 AIDT도 교육과정을 교육하기 위한 도구이며, 교육 과정의 설계자이자 운영의 주체는 교사이다. 따라서 교사는 전문가로서 자신의 교육학적 지식과 전공 지식을 통해 AIDT를 활용한 수업모형과 수업 방법을 개발하여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AI 봇의 성능도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 학습을 통해 점점 개선될 것이고 현장에서도 그 기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 밖에도 기술적 인프라 부족, 기기 관리 및 업무 부담, 개인 정보 유출 문제 등 많은 난제들이 있지만, 많은 반대에 부딪쳤던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가 문제점을 개선하고 학교 현장에 잘 정착되어 있듯이 실행 과정에서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사들이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반대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필요성에 공감하는 교사들도 많다. 현장의 눈높이에 맞게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추진하면 서책형 교과서와 함께 교사의 중요한 수업 도구가 될 것이다.
교사와 당국, 그리고 학생, 학부모가 협력하여 디지털 교과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통해 이 논란을 극복하고 AIDT의 성공적인 정착과 함께 교육 혁신을 이루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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