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이 이달 말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측이 주도하는 '한미동맹 현대화' 요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기존의 '대북 억제'에서 인도·태평양 전역의 '대중국 견제'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여서 박근혜정부 시절 '사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지난 3일 귀국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동맹 현대화는 엄중한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서 여러 가지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라며 "(주한미군 역할 변화에 대해서는) 실무선에서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맹 현대화에 대해 한미가 공감대를 이뤘으며, 향후 한미 정상회담에서 본격 협의될 것이란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동맹 현대화'란 기존의 한미 안보협력을 대북 방어에서 인도·태평양 전역의 대중 견제로 확장하는 것으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국방비 분담금 증액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리적 작전 범위를 대만해협·남중국해 등으로 확장하려는 의지를 보여 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동맹 현대화 내용이 구체화한다면 주한미군을 대만해협 등 역외 분쟁 대비 병력으로 활용하겠다는 미국 측 구상이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문제는 사드 배치 당시처럼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핵심 이익은 △공산당 영도, 사회주의 제도 및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 △주권유지, 영토안보 확보, 국가통일 △경제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기본 보장이다. 이 세 가지 핵심 이익에 반하는 모든 사안에 강경 대응한다는 게 중국의 국가전략이다. 사드는 이 가운데 두 번째 핵심 이익에 반한다고 중국 정부는 판단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문제를 자국의 핵심 이익(Core Interest)으로 보고, 대만 문제에 대한 외부의 군사 개입을 주권 침해로 간주해 왔다. 즉 중국이 대중 견제에 초점을 맞춘 한미동맹 현대화를 주권 침해로 해석한다면 자국의 핵심이익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사드 사태와 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사드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가 입은 피해는 관광 수입 손실만 약 21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외교부는 "동맹 현대화 논의는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이후 구체화할 동맹 현대화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이재명정부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나아가 한미동맹은 물론 한반도 안보의 미래 방향성을 결정지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확대 요구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한미동맹의 기본 목적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임을 분명히 하고, 미중 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4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은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남북관계 및 양안관계와 한·미·일 대(對) 북·중·러 구도 등 각국의 전략이익이 얽혀 있어 예측 불가"라며 "자의적 희망을 전제로 한 대북 선의나 북핵 용인(容認)론, 전시작전권 협상 카드화 등보다는 평화를 담보하기 위한 지속적 자강(自强)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또 "미국과 중국 모두 북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한국정부는 북핵이라는 한반도의 실존적·생존적 위협에 대한 두 강대국의 책임 있는 태도와 입장을 요구하면서 외교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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