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있는데 빌릴 수 없어”…경북도서관, 기이한 대출 시스템

  • 피재윤
  • |
  • 입력 2025-08-05 10:27  |  발행일 2025-08-05
경북도청 신도시내 위치한 경북도서관이 책은 있지만 빌릴 수 없는 도서관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피재윤 기자

경북도청 신도시내 위치한 경북도서관이 책은 있지만 빌릴 수 없는 도서관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피재윤 기자

경북도청 신도시 내 위치한 경북도서관이 '책은 있지만 빌릴 수 없는 도서관'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겉보기엔 최신 시설과 26만여 권의 장서를 자랑하지만, 정작 도민들은 필요한 책을 제때 빌릴 수 없다.


'보존서고' 운영 방식 때문이이다. 일정 기간이 지난 도서들은 지하 1층 보존서고로 이관되는데, 이 공간은 온라인으로 사전 신청해야하는 데다, 평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 하루 두 차례만 제한적으로 개방되고 주말에는 아예 문을 닫는다.


책을 찾기 위해 방문한 주민들이 '도서가 보존서고에 있어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발길을 돌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직장인 A씨는 "토요일에 책을 빌리려 했지만, 보존서고 운영 시간이 아니라 대출하지 못했다. 월요일은 정기 휴관 일이라 화요일에야 책을 받을 수 있었다"고 허탈해 했다.


이처럼 제한된 운영은 직장인이나 학생 등 평일 방문이 어려운 대다수 주민들의 도서대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더욱이 경북도서관 측은 "장서 관리 운영상 시간제한이 불가피하다"고 해명, 운영자 중심 논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서울·부산·대구 등 대다수 공공도서관은 보존서고에 있는 도서도 온라인 신청 후 신속한 수령이 가능하다. 경북은 광역단체 중 도서관 접근성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독서 진흥을 위해 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표 도서관이 오히려 독서 접근성을 가로막고 있다.


지역 문화단체는 "이용자 민원은 반복됐지만 도서관은 내부 운영 편의만을 고려해 구조 개편을 외면해왔다"고 했다. "책이 사람에게 읽힐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며 "경북도서관은 운영 편의보다 도민 편의를 우선하는 진정한 공공서비스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공공도서관의 존재 이유는 책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읽히도록 돕는 데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에 경북도서관 관계자는 "담당자들과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한 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자 이미지

피재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