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2시 인천 송도 오라카이호텔에서 오승환이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선수로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등번호 21번을 영구결번으로 만들어주신 구단과 팬들게 감사드립니다."
7일 오후 2시 인천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의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종열 삼성 단장을 비롯해 선수단 대표로 강민호, 구자욱, 원태인, 김재윤이 찾아 꽃다발을 안겨줬다.
은퇴를 결정한 계기에 대해 오승환은 "몸에 이상을 느꼈다. 시즌 초부터 100% 기량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그때부터 고민했고 먼저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 아쉽지만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퇴 후 계획은 '미정'이다. 다만 오승환이 원할 경우 구단에서는 해외 코치 연수도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아직 시즌 중이다. 구단 사장님, 단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하겠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많이 공부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코치, 감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21년간의 선수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오승환은 KBO리그 400세이브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블론 세이브는 팀 순위 싸움에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그럴 때 힘들었다"면서 "국내에선 진갑용, 강민호 미국에선 야디에르 몰리나 등 유독 좋은 포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좋은 기록을 낸 것 같다"고 했다.
오승환이 자신에게 준 선수생활 점수는 21점 만점에 '20점'이다. 그는 "팬들께 많은 사랑을 받아서 21점 만점에 21점 주고 싶은데 아쉬운 부분이 있어 20점이다. 나머지 1점은 제2의 인생에서 찾겠다"면서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이 회상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오승환에게 모친상의 아픔도 겪었다. 이날도 어머니와의 관련 질문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힘들었다. 어머니는 선수 인생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셨다"면서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 중 가장 큰 부분이 어머니가 안 계신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오승환은 한미일 549세이브를 기록했다. 세이브를 1개 더 할 경우 550세이브를 채우게 된다. 그는 "올 시즌 끝까지 공을 놓치 않을 것이다. 세이브 상황이든, 지는 상황이든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감독님과 상의해야 한 경기라도 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승환은 삼성 구단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삼성은 오승환이라는 선수를 만들어준 팀이다.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었기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면서 "다시 태어나도 야구 선수를 하고 싶다. 마무리 투수는 경기마다 잔혹한 평가를 받아 선발 투수나 타자를 하고 싶다"고 했다.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