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김근식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정견발표 중 배신자라고 외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22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는 비전과 정책 경쟁은 없고, '윤석열·전한길' 논란만 남겼다.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찬반 구도로 갈라진 상황에서 '윤어게인'의 대표 주자 전한길씨가 당내 갈등을 부채질하면서 전당대회는 '축제의 장'이 아닌 '분열의 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지난 8일 대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보다 더 주목받은 것은 전씨였다. 자칭 전한길뉴스 기자 자격으로 연설회장에 들어간 전씨가 개혁 성향의 '찬탄'(탄핵찬성)파 후보의 연설 도중 당원들에게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유도하면서 지지자들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후보자들도 첫 연설에서 비전과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전씨를 비롯한 '윤어게인' 세력을 포용할지 여부를 두고 퇴행적 공방만 벌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탄'(탄핵반대)파인 김문수·장동혁 당대표 후보가 윤어게인 세력에 대한 포용 입장을 피력하자, 찬탄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윤어게인 추장자들과의 절연을 촉구하며 대립했다.
김문수 후보는 10일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의 좌파 선전·선동 수법에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윤 전 대통령 인권 탄압 문제부터 전한길씨 논란까지 만들어 국민의힘이 서로를 미워하고 분열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런 궤변과 갈라치기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장동혁 후보도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이번 전대를 기점으로 전한길 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안철수 후보처럼 고약한 프레임으로 나까지 엮어 내부 총질을 하면서 전대를 치르려는 태도는 용서하기 어렵다"고 썼다.
찬탄파 후보들은 전씨에 대해 즉각적인 제명 및 출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 후보는 페이스북에 "전한길 미꾸라지 한 마리가 사방팔방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며 "지도부는 어제 벌어진 전한길 논란에 대해 당무감사를 실시하고, 전씨를 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후보도 페이스북에 "윤석열 옹호론자들이 합동연설회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각목만 안 들었지 지난 시절 민주당 전당대회에 침입한 '정치깡패 용팔이 사건'을 연상시킨다. 지도부는 즉각 출당 조치를 하기 바란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 같은 비판이 이어지자 당 지도부는 전씨의 전대 행사 출입금지 및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행사 후 당내 긴급 지시사항을 통해 "혼란을 불러일으킨 전씨를 포함해 대의원 자격이 없는 인사에 대해 향후 개최되는 모든 전당대회 일정에 출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씨가 유권자가 아닌 자칭 언론인 자격을 내세워 전대 일정 참석을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장에서의 소란이 재연될 여지를 남겼다.
전씨는 전한길뉴스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송 위원장이 언급한 전당대회 일정 출입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항의할 의사가 있다"며 "송 위원장이 전대에서 발생한 일로 당원을 징계할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도 언론인으로서,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전대 일정에 참여하겠다. 부산·울산·경남과 충청권 일정에도 당연히 따라나서겠다"며 입장을 분명히했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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