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독립기념관 제공.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 관장은 일부 언론이 자신의 기념사를 왜곡 보도하고 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까지 나서 김 관장의 파면을 촉구하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 관장은 지난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겨레의집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식에서 우리 사회 최우선 과제를 '국민통합'이라고 꼽으면서 광복에 관한 다른 역사 인식으로 사회 갈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김 관장은 "대한민국은 지금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를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대국 문화강국을 건설했지만 자랑스러운 역사의 이면에는 갈등공화국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도 도사리고 있다"며 "사회 갈등에는 역사문제가 한 몫을 차지하고 광복에 관한 역사인식의 다름이 자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항일 독립전쟁의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는 민족사적 시각과 다른 것"이라며 "역사를 이해하는 데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그 다름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역사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한 게 논란의 불씨가 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 김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순국선열을 욕보인 자는 이 땅에 살 자격조차 없다"며 즉각 파면을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윤석열에 지명된 김형석이 한 일은 독립운동 부정이 전부다. 작년 광복절에는 개관 후 처음 독립기념관 경축식을 취소했고, 올해는 경축사에서 항일독립투쟁을 비하했다"며 "'광복이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는 헛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 자가 독립기념관장이라니 전 세계가 비웃을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매국을 방치한다면 난국의 위기 때 국민께 어떻게 국가를 위한 희생을 요구하며 누가 헌신하겠나"라며 "법적 권리를 운운하며 세치혀를 놀리는 김형석에게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낀다"며 맹비난했다.
김 관장이 '광복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상반된 시선을 지적하고 국민통합을 강조한 것'이라고 항변한 것에 대해선 "한마디로 '요설'"이라며 "대한민국 독립을 왜곡하는 자들에게 독립운동의 숭고함을 앞장서서 설파해야 할 독립기념관장이 중립을 가장해 현란하게 혀를 놀리며 독립투쟁을 폄훼하려면 절대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조국혁신당 윤재관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뉴라이트 역사관을 국민통합이라는 미명하에 인정하자는 이 자의 입을 방치하는 것은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친 선열에 대한 모독"이라며 "김 관장을 비롯해 공공기관에 버젓이 날뛰고 있는 뉴라이트 친일매국노들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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