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굴욕 계약’ 진상 밝히되 섣부른 예단 말고 실리 따져야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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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2 09:42  |  수정 2025-09-01 11:51  |  발행일 2025-09-01

한수원과 한국전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맺은 원전 수출 관련 계약의 '불공정'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당초 WEC의 지식재산권을 감안해 향후 50년간 원전 1기 수출 때마다 1조 원 이상을 주기로 했다니 '굴욕적'이란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새로운 사실과 정보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굴욕 계약'이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선 25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이 안건이 논의된다고 한다. 두 나라 원전 기업들이 공동으로 미국과 제3국 원전 시장에 참여하는 문제 등을 협의한다는 소식이다. 이를 위해 한수원과 WEC가 조인트 벤처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일종의 합작 투자다. 합의가 이뤄지면 관세협상에 따라 정해진 한국의 대미 투자 펀드(3천500억 달러 규모)의 한 부분으로 상계할 수 있고, 미국 내 신규 원전 300기를 건설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원전 정책에 'K 원전'이 참여할 길도 열린다. 한·미 관세 협상을 이끈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이은 '제2의 마스가' 프로젝트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 WEC와의 계약도 원전 수출 때마다 빚어지는 원천기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쯤되면 셈을 다시해야 한다.


집권 여당은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무책임한 정치 공세다. 정부 부처와 대통령실이 관련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계약의 실체를 규명하는 게 먼저이다. 실용주의 정부답게 계약 조건의 적정성을 따져 실리 추구의 여지를 찾는 게 옳은 태도다. 원전 수출이 활성화되면 대한민국의 원전 중심축 대구경북으로서도 '원전 르네상스'의 꿈을 더 원대하게 품을 수 있다.



◈ 국교 정상화 60년에 한일 정상회담, 협력 다지는 발판돼야


이재명 대통령이 23일부터 이틀간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찾는 것은 2023년 5월 윤석열 전 대통령 방문 후 2년여 만이다. 역대 대통령이 취임 후 일본 정상을 첫 양자 회담 상대로 택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이 가진 의미는 크다. 방미 일정과 바로 연계되는 일본과 정상 외교를 통해 한일 간 협력을 다지고 한미일 공조 강화에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한일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다. 이 대통령이 누차 강조해온 실용 외교에 대한 강한 의지가 빠른 정상회담 성사로 이어졌다. 이미 한일 간 우호적 분위기는 조성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 정부에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고, 같은 날 이시바 총리는 패전일 공식 추도사에서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깊이 반성하고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한일 관계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대통령의 말처럼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다. 글로벌 정세 변화와 북핵 위협의 급박함은 물론 경제·안보·문화에서 양국 간 관계 중요성을 고려하면 협력관계를 더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인 긴급 사안은 협력해 해결하고, 견해차가 큰 사안은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 가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라는 원칙 아래 셔틀 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대화하면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방일이 교류하며 서로 돕는 한일 시대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 민주당, 영남특위도 띄워…정부-TK 가교역할 기대


민주당이 호남에 이어 영남에도 '발전특별위원회'를 띄웠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그저께 경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나"라며 '영남발전특위' 구성을 주문했다.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지역의 인재를 발굴해 그동안 열세를 면치 못한 보수의 심장부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찾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분히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TK의 경우, 민주당 집권 이후 정부와의 강력한 연결고리가 없는 탓에 지역 현안 등의 목소리를 중앙에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다 정 대표도 취임하자마자 '호남 보듬기'에 나서면서 지역사회에선 'TK 홀대'라는 우려의 시선도 팽배하다. 임미애 경북도당 위원장 직무대행(비례대표)도 이날 "대구·경북은 오랫동안 한 정당이 권력을 독식해서 전국 발전 상황과 비교해 매우 뒤처진 상황"이라며 중앙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영남발전특위 발족은 지역사회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영남발전특위가 TK와 정부, 대통령실 간의 가교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민주당의 영남발전특위가 성공하려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일회용 기구'라는 인식을 떨쳐내야 한다. 이러려면 지역 인재 발굴과 함께 TK 현안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당장 경주 APEC의 성공적인 개최 지원은 물론, 지지부진한 TK 신공항 사업과 대구 취수원 이전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 지역사회 여론을 중앙에 전달하는 소통창구 역할도 맡아야 한다. 거대 여당의 대표가 영·호남 발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만큼, 그 실천을 통해 진정성이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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