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비극…지방 청년 일자리 붕괴가 빚은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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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17 07:38  |  수정 2025-10-17 09:36  |  발행일 2025-10-17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 청년들이 살해·실종·감금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국민적 충격이 크다. 고수익 아르바이트와 해외취업이라는 해외 범죄조직의 광고에 현혹돼, 가족에게 "돈 벌어오겠다"며 출국한 이들의 연락이 끊기는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피해자 중 상당수가 대구·경주·상주·광주 등 지방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비극이 표면적으로는 해외 범죄조직에 한국 청년들이 희생당한 끔찍한 사건이지만, 이면에는 지방의 청년 일자리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사건의 원인을 개인의 잘못된 선택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한 달에 1천만원 보장' 과 같은 현실적이지 않은 광고에 현혹된 것은 분명 본인의 잘못된 판단이지만, 그 근저에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 지방의 일자리 붕괴가 그 뿌리다.


지방에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지 않아 청년들이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자신의 고향에서조차 직장을 갖지 못하면 '외국에서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기 쉽다.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학력·경력 무관' '단기간 고수익' 같은 범죄집단의 사기 광고는 스펙 약한 지방 청년들의 절박함을 노린다. 캄보디아 사건은 지역균형발전이 되지 않으면 지방 청년이 해외 범죄조직의 타깃마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했다.


정부는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장·단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해외취업 알선의 불법·유해 광고를 막고, 검증된 취업 경로만을 허용하는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신속히 구출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며 살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 기업유치·지역 특화산업 육성·청년 창업 인프라 구축 등 실효적 고용연계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과제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다. 가정 형편이 어렵고 정보 접근성이 낮은 지방 청년이 사기성 취업 알선에 걸려들지 않도록 지역사회에서의 진로 상담과 금융·법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피해자가 국내로 돌아온 이후의 심리치료·재정지원·직업 알선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복귀 지원체계도 중요하다. 캄보디아 사건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이국 땅에서의 비극이 우리 사회의 어떤 취약점을 드러낸 것인지 냉정히 진단하고, 그 바탕 위에 지방 청년들이 지역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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