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도, 활성탄도 안갈아”… 국민 건강 위협하는 자동차 도장부스 실태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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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8 17:12  |  발행일 2025-08-28
정부·지자체, 설치비만 지원하고 유지관리 대책은 전무
영세업체, 연간 수천만 원 교체비 감당 못해 방치
“단속도 안 나오는데” IoT 의무화했지만 통보만
4·5종 소규모 사업장, 과태료·행정처분 사각지대
자동차 도장 작업 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인 탄화수소와 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장부스 내 필터와 활성탄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사진은 지역의 한 자동차정비업체의 도장부스에 차량이 도색을 위해 입고된 모습. 독자제공

자동차 도장 작업 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인 탄화수소와 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장부스 내 필터와 활성탄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사진은 지역의 한 자동차정비업체의 도장부스에 차량이 도색을 위해 입고된 모습. 독자제공

자동차정비업체들이 도장 작업 과정에서 사용해야 하는 대기배출 방지시설을 설치만 해놓고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도장부스용 배풍기 교체 비용 4천 여만원(국비 50%, 지방비 40%, 자부담 10%) 중 3600여만원을 지원했고 또 IoT(사물인터넷) 센서 부착도 지원해 의무화했다. 그러나 정작 필수 소모품인 필터와 활성탄 교체는 업체에 전액 맡기면서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장 작업 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인 탄화수소와 먼지는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장부스 내 필터와 활성탄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영세업체 입장에서는 이 교체비용이 큰 부담이다. 업계에 따르면 도장부스 1대당 연간 교체비용은 약 1천146만 원에 이른다. 연 2회 교체하는 천장 필터는 회당 35만원, 바닥 필터는 매월 1회 교체에 23만원, 연 2회 이상 교환이 필요한 활성탄은 1회 투입 시 1천kg 이상이 필요하며, kg당 4천원의 교체 및 폐기 비용이 발생한다. 평균적으로 도장부스를 2대 보유한 업체라면 매년 2천3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단속도 안 나오는데 영세업체에서 굳이 수백만원 들여 필터와 활성탄을 갈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법 개정으로 관리 감독을 위한 IoT 센서 부착이 의무화됐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센서를 꺼두거나 송출을 차단한 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시스템상 '미수신'으로만 표시되며 환경당국과 지자체는 해당 업체에 전화로 조치를 요구하는 수준에 머문다.


경주시 관계자는 "IoT는 그린링크 시스템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미수신 목록이 내려오면 업체에 연락해 조치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기오염 배출시설 4·5종에 해당하는 소규모 도장부스는 3종 이상 굴뚝시설과 달리 과태료·행정처분 등 강제력이 약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의 관계자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막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필터와 활성탄 교체 필요성을 정기적으로 알리고 기계를 정상적으로 작동하라고 꾸준히 권유·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는 IoT 데이터 원격 모니터링 강화, 불시 점검, 강제력이 있는 행정처분과 함께 유지·교체 비용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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