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구로의 성장통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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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8 13:52  |  발행일 2025-08-28
이승엽기자 <산업팀>

이승엽기자 <산업팀>

"대구사람이 대구로를 까면(?) 우짭니까. 부족해도 응원해 줘야지…."


얼마 전 대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취재차 방문한 기자는 백발의 어르신으로부터 뜻밖의 컴플레인을 받았다. 어르신에게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수령하는 데 불편이 없는지 여쭙고자 명함을 건넨 게 화근이었다. 명함 속 이름을 확인한 어르신은 대뜸 할 말이 떠올랐다며, 무려 세 달 전 기사의 작성 취지를 캐물었다. 해당 기사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소진으로 시민생활종합플랫폼 대구로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현장에서 독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드물거니와, 면전에서 이뤄지는 자못 매서운 피드백에 한참을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했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기사를 꼼꼼이 읽어주신 데 대한 감사함과 더불어 막막했던 대구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 같아서였다.


공공배달앱 대구로가 성장통을 겪고 있다. 작년 대구로 주문 건수는 207만여건으로, 전년(231만여건)보다 약 11% 줄었다. 2년 전(266만여건)과 비교하면 20% 넘게 감소했다. 주문금액도 2022년 6천318억원에서 2023년 5천702억원, 지난해 5천177억원으로 매년 줄고 있다. 대구로가 환하게 빛났던 순간도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우후죽순 쏟아진 공공형 배달앱 중 대구로는 단연 돋보였다. 출시 두 달여 만에 전국 공공배달앱 최초로 주문액 1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까지 4년간 누적 주문 건수는 786만여건에 달한다. 대구시민 1인당 적어도 2~3번씩은 대구로를 이용한 셈이다.


현재 대구로의 부진 이유는 명확하다.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소진 때문이다. 대구로의 지역화폐 결제률은 40%를 넘는다. 8월부터 대구로페이 할인판매가 재개되면 대구로 역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여전히 동일선상에서 경쟁은 힘들다는 의미다. 고질적인 가맹점 수 부족 문제 및 앱사용 불편 등 상품성 부족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애향심에만 깃댄 마케팅은 결국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별 기대없이 던진 상품성 개선방안에 대한 질문에 어르신은 명쾌한 해결책을 내놨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문어발식 확장이 대구로의 상품성을 되려 해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공공에서 투입하는 예산이 한정돼 있는데, 사업을 다각화한다면 결국 본질은 약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쿠폰이 발급될 때만 찾는 배달앱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확실히 노선을 정하라는 경고로도 들렸다. "배달앱이 배달음식점 많고, 배달만 잘하면 되지…." 어르신의 묵직한 한마디가 머리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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