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전당대회 결과, 주류인 반탄파의 당내 헤게모니 장악력은 더 확고해지는 모양새다. 새 대표인 장동혁 의원은 물론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을 포함해 국힘 지도부를 반탄파가 장악하게 됐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대구경북(TK) 정치권의 영향력이 다시 한 번 확인한 계기로 보인다. 장 대표가 당원 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데에는 TK의 결집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변화의 바람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게 되면서, 보수진영의 여망인 당 전면 쇄신을 통한 전열 재정비는 일단 뒤로 미뤄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무척 크다. 장동혁 호(號)는 당장 거대 여당과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부담을 지게 됐다. 당의 대주주 격인 TK 의원들이 싫든 좋든 전면에 나서서 보수의 구심점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국힘이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진 데는 주류 측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TK 의원들이 여전히 당내 헤게모니 장악에만 안주한다면 공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는 TK 지역민도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정당은 국민의 신뢰와 기대감으로 유지되는데, 이게 무너지면 몰락은 필연적이다.
TK 의원들도 점진적인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한 만큼, 이제 '보수 정당' 재건이라는 버거운 과제 해결에 팔을 걷어 붙여야 한다. 이러기 위해선 '싸우는 야당'으로 대오를 갖추고, 외연 확장을 통해 '꼰대당'의 인식을 탈피하는 게 급선무이다. 민심은 국힘이 건강하고 제대로 된 야당의 길을 걷기를 희망한다. 보수의 운명이 TK 의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
◈ 대구-청두 직항 전세기, 中 내륙관광객 유치 기회로 삼자
대구시가 자매도시인 중국 쓰촨성(四川省) 성도(省都) 청두(成都)와 직항 전세기를 띄운다. 지난 2015년 11월 협약 체결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양 도시는 지난해 4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청두 방문 당시 대구시 청두사무소 개소·대구-청두 직항노선 개설·대구FC와 청두 룽청FC 친선 축구 추진 등을 약속했다. 청두 대구사무소는 지난 2월 개소했으며, 10∼11월 2개월간 대구국제공항과 청두 텐푸국제공항을 오가는 직항 전세기가 운항된다.
청두는 사천요리의 중심지로 삼국지 촉한의 수도였으며 지금은 판다의 도시로 유명하다. 남서쪽과 서쪽으로는 윈난성(雲南省)과 시짱 자치구(西藏自治區)가 연결되어 있다. 주자이거우(九寨溝·구채구)나 쿤밍(昆明·곤명)·티베트를 가는 주요 거점이다. 여러 관광요인이 많지만 인천을 제외하면 직항노선이 없기 때문에 이번 대구 직항 전세기는 매력적이다. 주요 여행사들은 10∼11월 청두와 구채구 등을 엮은 관광 상품을 출시했다. 일·목요일 밤 10시에 대구공항을 출발하는 4박6일·3박5일 상품이다.
그런데 이번 전세기가 우리나라 관광객만을 위한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많은 전세기가 취항했으나 대부분 한국 관광객 차지였다. 중국 관광객이 전세기를 통해 대구를 찾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구시는 다음달 양국 관광 교류를 논의한다지만, 이번 전세기에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대구시는 인구 2천150만명의 청두를 비롯한 중국 서부 내륙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정기 노선 개설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가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과 중국 정부의 한한령 해제 분위기를 기회로 삼길 바란다.
◈ 경주APEC의 재설계가 필요한 긴급상황 아닌가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주 APEC 참석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실상 확정됐다. 기대하지 않았던 더 큰 반전이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2019년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연상시키는 말을 남겼다. "그 회의(APEC)에서 잠시 빠져나와 이재명 대통령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APEC을 계기로 남·북·미 정상회담까지도 그려볼 공간이 열린 셈이다. 행사를 준비하는 정부와 대구시, 경북도, 경주시 입장에서는 'APEC의 재설계'가 필요한 '긴급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APEC이나 그 전후, 트럼프-시진핑 회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변이 없는 한 참석할 것이다. 중국이 내년 주최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미·중 정상 간 첫 양자 대면이 성사된다면 패권경쟁과 글로벌 통상질서의 분기점이 될 게 분명하다. 종전 협상 결과에 따라 '푸틴 참석'도 불가능하지 않다. 미·중·러 정상이 만난다면 세계 이목이 경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준비해온 APEC과는 전혀 다른 규모와 무게의 외교의 장(場)이 펼쳐질 것 같다. 행사내용을 리셋할 수밖에 없다. 두달 남짓 남은 만큼 서둘려야 한다. 화룡점정은 '북한 참석'이다.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보다 현실성 있는 방안은 '판문점 회동' 방식을 재현하는 것이다. 김정은을 배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를 희망하는 북한 원산 갈마해안지구를 방문하는 대안도 있다. 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제안하는 게 효과적다. '피스메이커'와 '페이스메이커'간 일종의 역할분담이다. 북한이 아직 한·미 정상회담을 비난하지 않고 '북·미 회동' 추진에 일절 언급이 없는데 주목한다.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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