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전당대회 결과, 주류인 반탄파의 당내 헤게모니 장악력은 더 확고해지는 모양새다. 새 대표인 장동혁 의원은 물론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을 포함해 국힘 지도부를 반탄파가 장악하게 됐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대구경북(TK) 정치권의 영향력이 다시 한 번 확인한 계기로 보인다. 장 대표가 당원 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데에는 TK의 결집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변화의 바람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게 되면서, 보수진영의 여망인 당 전면 쇄신을 통한 전열 재정비는 일단 뒤로 미뤄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무척 크다. 장동혁 호(號)는 당장 거대 여당과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부담을 지게 됐다. 당의 대주주 격인 TK 의원들이 싫든 좋든 전면에 나서서 보수의 구심점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국힘이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진 데는 주류 측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TK 의원들이 여전히 당내 헤게모니 장악에만 안주한다면 공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는 TK 지역민도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정당은 국민의 신뢰와 기대감으로 유지되는데, 이게 무너지면 몰락은 필연적이다.
TK 의원들도 점진적인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한 만큼, 이제 '보수 정당' 재건이라는 버거운 과제 해결에 팔을 걷어 붙여야 한다. 이러기 위해선 '싸우는 야당'으로 대오를 갖추고, 외연 확장을 통해 '꼰대당'의 인식을 탈피하는 게 급선무이다. 민심은 국힘이 건강하고 제대로 된 야당의 길을 걷기를 희망한다. 보수의 운명이 TK 의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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