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챗GPT에게 묻는 아이들, 성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나

  • 도기봉 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대구성교육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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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03 16:58  |  발행일 2025-09-03
도기봉(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대구성교육협의회장)

도기봉(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대구성교육협의회장)

오늘날 성교육의 과제는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청소년들이 교실이나 가정이 아닌,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AI)에게 '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2024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의 생성형 AI 이용 실태 및 리터러시 증진 방안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5,778명 가운데 67.9%가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숙제, 진로 탐색, 심리 상담까지 챗봇에 의존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익명성과 편리함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동시에 'AI의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과 데이터 편향(bias)'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할루시네이션은 AI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사실처럼 제시하는 현상이다. 성교육과 같은 민감한 영역에서 잘못된 성 지식과 정보가 전달될 경우, 청소년들은 이를 사실로 믿고 받아들이기 쉽다. 더구나 AI의 답변은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시되기에, 그만큼 가치관의 왜곡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데이터 편향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AI는 인터넷 속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데, 그 안에는 이미 사회의 성차별과 불평등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여성에게는 돌봄이나 보조적 역할을, 남성에게는 리더십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식의 답변이 대표적이다. 인종이나 종교에 대한 왜곡 역시 그대로 반영된다. 이는 성평등 사회를 지향해야 할 청소년 세대에게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교육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성교육의 날을 맞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AI 리터러시 교육에 성인지 감수성을 포함해야 한다. 청소년이 AI의 답변을 무조건 신뢰하지 않고, 오류와 편향을 스스로 식별하며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한 사용법 교육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정보 해석 능력이 핵심이다.


둘째, 데이터 다양성과 공정성 확보가 필요하다. 기업과 교육기관은 성평등한 관점을 반영해 데이터를 설계·정제해야 하며, 특히 청소년 교육용 AI는 더 엄격한 검증과 윤리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셋째, 정책적 장치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청소년이 접하는 AI의 공정성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규범을 마련하고, 성평등 가치가 지켜지도록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AI 시대의 성교육', 할루시네이션과 데이터 편향을 바로 잡고, 청소년이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도구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9월 4일 성교육의 날을 맞아 우리사회에 던지는 시대적 과제가 아닐까.


도기봉(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대구성교육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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