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록전시관에서 '서상돈 종' 제막식이 열렸다. 이 종은 1900년 국채보상운동을 처음 제안한 서상돈 아우구스티노와 정구옥의 부인 젤마나가 공동 기부해 제작된 것으로, 당시에는 두 사람의 세례명을 따 '아우스딩 젤마나 종'으로 불렸다.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종을 이전·전시하며 '서상돈 종'으로 이름을 바꾸어 공개했다.

행사에는 조환길 천주교 대구대교구 대주교와 권택환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상임대표, 대구시 관계자 등이 참석해 종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참석자들은 125년 전 서상돈이 주창한 국채보상운동의 뜻을 기리며, 시민과 함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채보상운동은 대한제국이 일본에 진 1300만 환의 빚을 국민의 절약과 모금으로 갚자는 취지에서 시작돼 대구를 거점으로 전국으로 퍼져 나간 대표적 민족운동이다.

전시관에 새로 자리 잡은 서상돈 종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나눔과 헌신을 상징하는 유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상돈은 거상으로서의 부를 민족과 교회를 위해 사용했으며, 신앙인으로서 실천적 삶을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애국정신을 시민이 직접 마주하고 기억하는 장이 되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와 교육을 통해 운동의 가치를 알리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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