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이라는 책에 나오는 글부터 소개한다. '칼에 베인 상처는 바로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는 글이다. 이 작가는 여기에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에 가깝다"는 사족을 달았다.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속담이나 격언에도 수없이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와 같은 격언은 입을 열어 말을 하는 사람에게 좀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말이라는 것이 그렇다. 말을 하는 사람에게서 듣는 사람에게로 건너 가는 그 짧은 찰나에 전혀 '다른 뜻'이 될 수 있다. 친구나 가족과 같은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도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한다. 말한 사람은 자신에게 그런 의도가 없는데, 듣는 사람이 오해했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말은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를 사용하더라도 듣는 이가 불쾌하다고 느꼈으면 말을 한 사람의 잘못이다. '말에 베였다'고 할 때도 말을 한 '벤 사람'보다 말을 들은 '베인 사람'을 강조한다.
여야 대변인들의 논평을 보면 선택하는 단어가 저급하다. 주요 당직자들의 SNS에서도 마찬가지다. 글이 활자로 남는 것과 달리 말이 허공에서 사라져버리던 시대에도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지금은 말도 글처럼 받침 하나까지 남겨지는데도 말하는 입은 더욱 요사스러워졌고 말은 더욱 거칠다. 정쟁을 펼치는 상대에게 쏟아내는 저주라고 생각해 말하는 것이겠지만, 정작 듣고 베이는 사람은 국민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전영 논설위원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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