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업체 수 제자리걸음…1년새 0.3% 증가 그쳐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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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23 18:30  |  발행일 2025-09-23
통계청 23일 ‘전국사업체조사 결과’ 발표
작년 전국 사업체 1.7% 늘 때 대구 0.3% 증가
종사자 수도 0.1% 증가, 전국 최하위권
대구 중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영남일보 DB>

대구 중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영남일보 DB>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던 이건수(50)씨는 지난달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계속 오르는 월세와 식재료 값, 그리고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주변에 같이 장사하던 사장님들 셋 중 하나는 이미 가게를 접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의 사업체 수 증감률이 전국 하위권을 기록했다. 자영업자의 폐업이 느는 반면, 창업 열기는 식은 탓이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4년 전국 사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대구에서 모든 산업 활동을 수행하는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국방시설·농림어업 및 개인 부동산 임대업 등은 제외) 수는 총 28만6천296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8만5천388개)보다 0.3%(908개) 느는 데 그친 것.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0.6%), 부산(0.1%), 울산(0.1%)과 함께 증감률 하위권에 머물렀다. 작년 전국 사업체 수 평균 증감률은 1.7%였다.


특히 일자리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종사자 수 지표는 사실상 정체 상태다. 대구의 전체 종사자 수는 103만 110명으로 1년 새 증가 폭은 고작 0.1%(1천325명)에 불과하다. 광주(-0.2%)에 이어 전국에서 둘째로 낮다. 사업체 증가율(0.3%)보다 종사자 증가율(0.1%)이 더 낮다는 것은, 새로 문을 연 곳조차 고용 없이 운영되거나 기존 업체들이 인력을 감축했음을 시사한다.


대구 북구 대구보건대 대학가 골목에서 10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이건수(50)씨는 최근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혼자 가게를 지킨다. 이 씨는 "경기 불황으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인건비 감당이 안 된다"며 "주변 가게들도 사장이 직접 배달까지 뛰며 버티는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폐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대구지역 사업체 증감이 유독 더딘 이유는 기형적인 산업 구조와 맞물려 있다. 특히 끝모를 불황으로 인해 자영업 폐업이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대구는 소상공인 비율이 타 시·도보다 높아 경기 변화에 더 취약하다. 대구의 전통 산업인 섬유산업 등 제조업이 쇠퇴한 데다 대기업, 공공기관 등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보니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 과잉에 경기 침체까지 덮치면서 작년 대구 폐업자 수는 역대 최대인 4만910명을 기록했다.


대구 서구에서 폐업 정리 업체를 운영하는 최호민(57)씨는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들의 문의가 와도 창고에 자리가 없어 거절할 정도"라며 "예전엔 개업하는 사람들이 중고를 찾으러 오기도 했는데, 지금은 들어오는 물건만 있고 나가는 물건은 거의 없다"고 했다.


여기에 비용 부담과 불확실성을 느낀 청년들의 창업 열기마저 꺾인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대구 북구 경북대 인근에서 기능성 화장품 가게를 준비하던 서한진(27)씨는 최근 창업을 포기했다. 서씨는 "취업도 만만치 않고 정부 지원금을 받아 시작하려고 했지만, 치솟는 임대료와 원자재 가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며 "주변 친구들도 이제는 창업보다는 공무원 시험이나 안정적인 대기업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경북은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경북의 사업체 수는 34만 4천806개로 전년 대비 2.5%(5천521개) 급증했다. 종사자 수도 1년 새 1.5%(1만8천488명) 늘면서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소상공인 중심의 내수 불황에 갇힌 대구와 달리, 경북은 산업 기반 확장을 통해 외연을 넓힌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작년 국내 전체 사업체 수는 635만3천673개로, 2023년(624만6천489개)보다 1.7%(10만7천184개) 증가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이 1년 새 3만3천개(-6.1%) 줄었고, 태양광 등 전기·가스·증기업은 전년보다 33.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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