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진 변호사
다른 지역 소식이라 그런지 지난 11일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 판결이 나왔다는 소식이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별 화제가 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환경생태 영향 등을 주요 고려 사항으로 들어 대규모 국책 사업 전체를 취소하라고 판결한 매우 드문 사건이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은 이렇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사업비 8천77억 원을 들여 2028년까지 군산공항 인근 340여㎡ 부지에 활주로,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등을 조성하는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이 사업은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모든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지역 주민 3인을 포함한 원고 1천여 명은 조류 충돌 위험이 축소·왜곡 평가됐고, 공항 건설이 초래할 치명적인 환경 파괴 가능성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국토부가 새만금국제공항 부지의 조류충돌 위험성을 부실하게 평가하면서 그 평가 결과를 입지 선정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부지 인근 서천갯벌 등의 조류 서식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부실하게 조사·평가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국토부의 국제공항 건설 기본계획 수립이 재량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3년 전 소송을 제기할 때 원고들 중 누구라도 이 소송을 이길 수 있다고 믿었을까. 대규모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환경이 일정 부분 파괴된다. 법원은 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과 환경이 파괴됨으로써 잃는 손실을 비교형량하여 행정기관의 재량의 위법성을 따지게 되는데, 대규모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이 너무 크다 보니 아무리 환경에 큰 해가 된다 하더라도 환경 이슈로는 소송을 이기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달랐다. 항공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도 의미 없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비싼 대가를 치르고 알게 된 이후에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에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이다. 새만금국제공항 부지에서 연간 예상되는 조류충돌 횟수는 약 45회(최대 기준)로, 무안국제공항의 횟수(약 0.07회)의 약 568배라는 사실에 재판부는 주목했다. 무안 참사 이후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시설을 공항시설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공항시설법이 개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더하여 법원은, 해당 사업이 법정보호종(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동물) 조류 및 서천갯벌에 해소 불가능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국토교통부가 별 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천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자연갯벌로, 새만금국제공항 부지로부터 약 7㎞ 떨어져 있다.
소송의 피고인 국토교통부장관이 항소하여 판결 최종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 신공항 계획은 물론 앞으로 추진할 다른 대규모 사업과 관련하여 이번 판결의 의의를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사안에서는 항공기와 조류 충돌 위험이 가장 큰 쟁점이었지만,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새떼만 문제될 리 없다. 대규모 건설 사업을 위해서 환경 파괴는 불가피하다는 시각은 이제 시대 착오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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