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과 닮은 도시, 스웨덴 웁살라의 장애인 이동권 해법

  • 서민지·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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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29 18:34  |  수정 2025-09-29 20:39  |  발행일 2025-09-29
길 위의 차별을 넘어서 - 장애인 이동권, 경계를 허물다④
중소도시서도 이동권 위한 세심한 인프라 확충
돌바닥 교체와 오픈 리프트 등 다양한 접근성 장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40분가량 떨어진 웁살라는 스웨덴에선 네 번째로 큰 도시다. 도심엔 웁살라대학이 자리해 학생과 연구 인력이 많다. 바이킹 시대 유적과 대성당 등 역사문화유산도 풍부하다.


당초 취재진은 대구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지방도시에서 장애인 이동권이 어떻게 보장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웁살라를 스톡홀름 다음 행선지로 택했다. 그러나 실제 규모와 특성은 대구보다 경산에 더 가까웠다. 대학도시, 대도시와 생활권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경산과 공통분모가 있었다. 지난해 웁살라 인구는 약 24만8천명으로 경산(26만5천명·지난 8월말 기준)과 비슷하다.


웁살라 시청 내부에 설치된 보도블록(왼쪽), 시의회 회의실에 설치된 오픈형 리프트(오른쪽).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웁살라 시청 내부에 설치된 보도블록(왼쪽), 시의회 회의실에 설치된 오픈형 리프트(오른쪽).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지난 11일(현지시각) 찾은 웁살라는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배어 있다. 시청사에 들어서자마자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이 바닥 곳곳에 깔려 있었다. 입구엔 손쉽게 길을 찾을 수 있는 점자 안내도가 배치됐다. 2층 높이의 계단식 구조로 조성된 시의회 회의실 안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오픈형 리프트가 구비됐다. 리프트 입구 바로 옆 세워진 발언대는 높낮이 조절이 가능해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11일 웁살라 시청의 카디자 알리 교통기획자가 모두를 위해 설계된 공공벤치를 설명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11일 웁살라 시청의 카디자 알리 교통기획자가 모두를 위해 설계된 공공벤치를 설명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웁살라시청의 카디자 알리 교통기획자와 잉그리드 렘브케 폰 셸레 교통·모빌리티 부서장은 취재진과 함께 도심을 걸으며 '모두를 위한 설계'가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소개했다. 시각장애인 보행을 돕는 색상 대비 블록과 단차 없는 보도, 광장 곳곳의 벤치는 누구에게나 접근성이 용이했다.


웁살라 시청의 카디자 알리(왼쪽) 교통기획자와 잉그리드 렘브케 폰 셸레 (오른쪽) 교통 모빌리티 부서장이 개선된 도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웁살라 시청의 카디자 알리(왼쪽) 교통기획자와 잉그리드 렘브케 폰 셸레 (오른쪽) 교통 모빌리티 부서장이 개선된 도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웁살라 구시가지는 돌바닥이 많다. 울퉁불퉁한 바닥은 휠체어 이용자나 노약자에겐 많이 불편하다. 알리 기획자는 "지난해 일부 구간의 돌바닥을 평평한 보도로 교체하고, 보행에 방해가 되는 구조물도 철거했다"고 했다. 실제 새 보도 위엔 휠체어 뿐만 아니라 보행기를 끄는 어르신, 유모차도 쉽게 오갔다.


횡단보도 신호를 바꾸는 버튼 옆면엔 오돌도돌한 요철 지도가 붙어 있었다. 손끝으로 더듬으면 도로가 어떻게 나뉘고, 보행자가 건너야 할 횡단보도의 대략적 구조를 알 수 있었다. 차량 진입통제 구역엔 장애인 택시 등 사전 허가 차량만 들어올 수 있었다.


횡단보도의 기둥엔 오돌도돌한 형태의 요철 지도가 붙어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횡단보도의 기둥엔 오돌도돌한 형태의 요철 지도가 붙어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11일 웁살라 시에서 한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와 차체를 낮추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11일 웁살라 시에서 한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와 차체를 낮추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버스 정류장에선 운전기사가 알아서 스스로 차체를 낮추고, 보도 쪽에 바짝 붙여 차를 세웠다. 렘브케 부서장은 "눈에 보이는 휠체어 이용자가 없어도 승객은 탑승이 어려울 수 있다"며 "차체를 낮추는 건 모두에게 좋은 조치다. 나이 고하는 물론이고 누구든 버스에 오르내리기가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웁살라 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교통 및 접근성 관련 자료물. 한국어 번역한 후 캡처

웁살라 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교통 및 접근성 관련 자료물. 한국어 번역한 후 캡처

웁살라의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정책은 눈에 보이는 시설 개선을 넘어, 정보 접근성까지 확장돼 있다. 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거리별 도면은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조성돼 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공사나 행사로 접근이 제한되는 구간도 실시간 공지해 누구나 최신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웁살라시는 특정 부서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환경·교통 등 거의 모든 부서가 자기 업무 속에 접근성 문제를 포함시킨다. 렘브케 부서장은 "지자체 안에선 이런 문제를 여러 수준에서 다루고 있다. 매년 원하는 일을 추진할 수 있을 만한 일정한 예산이 주어진다"고 했다. 현재 교통부서엔 12명, 시 전체로는 교통 기획자가 25명이 활동 중이다. 정치권 지원도 적극적이다.


11일 오후 웁살라 시청의 카디자 알리(오른쪽) 교통기획자와 잉그리드 렘브케 폰 셸레 (왼쪽) 교통 모빌리티 부서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11일 오후 웁살라 시청의 카디자 알리(오른쪽) 교통기획자와 잉그리드 렘브케 폰 셸레 (왼쪽) 교통 모빌리티 부서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알리 기획자는 "대학도시 특성상 자전거 이용이 활발한데, 자전거와 휠체어, 시각·청각장애인 모두 함께 쓸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게 과제"라며 "거리를 모두의 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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