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대학가요제 부활’, 경산에서 시작됐다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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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03 15:51  |  발행일 2025-10-03
영남일보·경산시 2023년 개최
‘경산AGAIN대학가요제’ 주목
TV조선 경연 프로그램 제작과
MBC ‘대학가요제’ 부활 선언
지역서 음악계 흔든 사례 평가
박성우 동부지역본부 차장

박성우 동부지역본부 차장

90년대 초 기자가 대학 다닐 시절에는 '대학가요제'라는 말이 익숙했던 시절이었다. 청춘들이 만든 음악이 전국을 울리고 대학생이라는 이름이 대중문화의 중심이던 시대였다. 신해철 015B, 유리상자, 봄여름가을겨울 ,이승환 등 90년대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들로, 대학가요제는 가수 등용문이었다. 하지만 2012년 MBC 대학가요제가 중단된 이후 그 무대는 사라졌다. 그 빈자리를 다시 메울 시도에 나선 곳은 '경북 경산'이었다.


지난 9월 24일 '대학도시' 경북 경산에서 세번째로 열린 '경산 AGAIN 대학가요제'는 대학 캠퍼스를 젊음의 열정과 낭만의 선율로 뜨겁게 달궜다. 대구한의대 삼성캠퍼스에서 열린 대학가요제에서, 전국에서 95개 팀이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11개 팀은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다양한 장르의 창작곡을 선보였다. 1천여 명의 관객은 무대에 몰입하며 이들 청춘에게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두고봐 빛날 거야'를 부른 한양대 밴드 '김수한무'가 대상을 차지하며 상금 1천만원을 거머쥐었다.


경산 AGAIN 대학가요제는 13개 대학이 밀집한 대한민국 대표 대학도시, 경산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대학가요제를 부활시켜 청춘들에게 창작곡을 발표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영남일보가 주관하고 경산시가 후원해 2023년부터 개최된 이 대학가요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2024년에는 TV조선이 '대학가요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를 방송 경연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선보였으며, 올해 MBC가 13년 만에 대학가요제 부활을 공식 선언하면서다.


우리나라 대학가요제의 원조는 1977년에 시작된 MBC 대학가요제다. 조용필, 이문세, 유열, 동물원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당시 청년 문화와 대중음악의 성장을 이끈 전설적인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2012년 이후 MBC가 대학가요제를 중단하면서 청년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사실상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2023년부터 시작된 경산 AGAIN 대학가요제는 전국 대학생들에게 창작곡 경연의 장을 제공하며 대학가요제 부활의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TV조선이 관련 포맷을 전국 방송 프로그램으로 확장한 데에는 경산에서의 성공적인 개최와 뜨거운 반응이 뒷받침되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산 대학가요제가 "젊은 층과 음악 시장이 여전히 대학가요제를 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더불어 대학가요제의 원조인 MBC 역시 2025년, 13년 만에 대학가요제를 부활시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경산에서의 지속적인 개최와 TV조선의 방송 등의 흐름 속에서 대학가요제의 시장성과 상징성을 재확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즉 경산이 불씨를 지폈고, TV조선이 이를 확산시켰으며, MBC가 '원조'로 다시 무대에 나섰다는 해석은 결코 과한이 아니다.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한철 튜브앰프뮤직 대표는 "대학가요제는 한국 대중음악사의 패러다임을 여러 번 바꿔온 무대"라며 "경산의 실험이 대한민국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경산 AGAIN 대학가요제는 지역에서 출발한 문화 실험이 전국 음악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대학가요제의 부활, 그 출발점은 경산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박성우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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