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한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집중해서 잘 던지자는 마음뿐이었습니다."
'푸른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호투 이후 소감을 말했다.
지난 7일 삼성 라이온즈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3-0으로 이기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원태인의 완벽한 투구가 있었다. 선발로 등판한 원태인은 6이닝 동안 106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경기 후에는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이날 경기는 순탄하지 않았다. 우천의 영향으로 시작이 약 45분 지연되면서 준비해온 루틴이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원태인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갑자기 경기 지연 소식을 들었다. 루틴이 깨져서 걱정이 많았다"며 "열이 식지 않도록 외야로 나가 몸을 다시 데우고, 캐치볼과 불펜까지 다시 했다. 몸을 두 번 푼 건 야구하면서 처음이었다. 경기 자체가 중요한 만큼 핑계를 댈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원태인이 투구 중이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매 경기 전 기도는 원태인의 루틴이다. 그는 "경기 전에는 늘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항상 기도 드린다. 잘 던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면서 "이번 경기도 엄마가 도와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중 힘든 위기 상황도 있었다. 원태인은 "4회가 끝나고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시즌 중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듦이었다"면서 "6회 때는 팔이 헛도는 느낌이었다. 몸에 맞는 볼까지 나왔다. 코치님이 바꾸시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에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는 6회초 NC 박건우와의 풀카운트 승부를 꼽았다. 그는 "그 전 카운트에서는 직구를 안 던졌다. 강민호형이 직구 사인을 냈다. 믿고 자신있게 던졌다"면서 "결국 민호형의 리드 덕분에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고 했다.

지난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2차전 경기 후 원태인이 팬들 앞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경기를 앞두고 긴장도 컸다. 원태인은 "긴장도 많이 했고 부담도 엄청났다. 업셋을 허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올해 팬분들의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다. 시즌 내낸 관중 신기록을 세웠는데 이렇게 끝나면 죄송할 거 같았다. 팬들과 더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끝으로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둔 각오도 밝혔다. 원태인은 "우리 팀의 목표는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아니라 그 이상이다. SSG와의 경기도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면서 "지난해 가을야구 경험이 이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끝까지 잘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