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5일 외국인투자기업 노동자보호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이 맡았으며 서영교·홍기원·김현정 의원과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한국노총, 민주노총도 참여한다. 박정혜 부지회장도 이날 초대됐다. <김주영 의원 블로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 셋째) 대표가 지난 8월 28일 오전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고공농성장에서 599일째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박정혜 부지회장의 세계 최장 600일 고공농성은 그동안 많은 특혜를 받고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투자기업(이하 외투기업)의 반복되는 일방적인 청산 및 대규모 해고 문제를 세상에 알렸다. 그 결과 정부와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취임 후 두 차례나 고공농성 현장을 찾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께서 장관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아끼지 말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빠른 시간 내에 노사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5일 외국인투자기업 노동자보호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박 부지회장을 특위 출범식에 초대했다. 정 대표는 지난 8월28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을 방문해 크레인을 타고 박 부지회장이 있는 옥상으로 올라가 "민주당에서 문제 해결에 노력할 테니 이제 그만 내려오라"며 설득했다. 정 대표는 특위 출범식에서 "화재를 핑계로 회사를 청산하고 같이 일했던 노동자들을 내팽개치면서도 만나주지도 않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문제는 수십 년 동안 외투기업이 이렇게 해왔기 때문"이라며 "박정혜 동지의 투쟁을 계기로 이제 이런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동안 이름도 없이, 아프다고 표현해도 들리지 않고 알아주지 않았던 그 수많은 분들과 함께 이 외투기업의 횡포에 맞서 제도적 개선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이 맡았으며 서영교·홍기원·김현정 의원과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한국노총, 민주노총도 참여한다.
김주영 특위 위원장은 "특위는 정부의 각종 혜택에도 이윤만 챙기고 떠나는 외투기업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바로잡을 것"이라며 "외투기업의 고용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입법과제를 발굴해 양대노총의 의견과 제안들이 실질적인 제도개선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로 논란이 된 일명 외투기업 '먹튀'문제는 예전에도 큰 사회적 이슈가 됐다. 마산수출자유지역에 입주한 일본 기업 산켄전기의 한국 자회사 한국산연은 2020년 회사를 폐업하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고 노조는 폐업 철회와 생산 정상화를 촉구하며 장기간 투쟁을 이어갔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일본 자동차 부품기업 덴소의 자회사인 한국와이퍼 역시 기업청산 및 대규모 정리해고가 있었다. 두 기업 모두 경영위기로 인한 사업철수라고 했지만, 노조는 한국 시장에서 이윤만 챙기고 빠져나가려는 전형적인 '먹튀' 행태라고 주장했다. 대구에서도 미국계 다국적 기업 게이츠의 한국법인으로 자동차 부품(벨트)를 생산한 한국게이츠가 2020년 6월,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구조조정을 이유로 일방적인 대구공장 폐쇄 및 한국 철수를 통보해 논란이 됐다. 이들 기업은 한국으로부터 각종 세금 감면 및 임대료 혜택과 투자 유치 혜택을 받으면서도 일방적으로 회사를 청산해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관련 법 제도의 허점을 드러냈다. 이밖에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사태 등도 있다.
정치권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2016년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현 국민의힘)은 일정규모 이상의 외투기업이 폐업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2017년 이찬열 전 국민의당 의원은 일정규모 이상의 외투기업이 폐업 또는 사업축소에 따른 상시근로자 수를 100분의 10 이상 감소하려는 경우 미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개정법률안을 내놓았다.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은 2023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상법·근로기준법 등 '외국인투자기업 먹튀 규제 패키지 3법'을 제시했다. 회사의 해산 등 고용과 노동조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의 절차에 노동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그동안 외투기업의 먹튀를 막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 몇 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그동안 한국에서 외투기업의 먹튀는 사업을 완전히 철수한 경우인데 저희는 한국에 또 다른 자회사가 있으면서도 고용승계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현재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한국니토옵티칼에 대한 국정감사를 준비 중이며 특위에서는 기존의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 아닌 외투기업의 먹튀를 막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보장되는 새로운 법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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