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현주 대구미술관 커뮤니케이션 팀장
"여러분은 건강에 관심이 참 많으시네요." 추석 연휴, 강당에 모인 참가자들에게 나는 그렇게 인사를 건넸다. "예술에 관심이 많고, 직접 참여하시는 분들이 더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연구들이 있어요." 참여자들은 '예술과 건강의 관계'라는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미소 지었다. 그렇게 이날의 투어는 시작되었다.
프로그램은 전시실이 아닌 '미술관의 뒤편', 관람객이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공간을 둘러보는 '백스테이지 투어'였다. 작품을 감상하는 대신, 작품이 미술관에 도착해 전시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는 시간. 말하자면 미술관의 심장을 직접 들여다보는 경험이었다.
이틀 동안 투어를 진행하며, 여러 연령대의 참가자들과 그 길을 함께 걸었는데, 최고령 참가자는 여든을 넘긴 어르신이었고, 가장 어린 참가자는 갓난아이였다. 미술관 뒷모습이 이렇게나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끌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예상했다. 나 또한 미술관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미술관 뒤편에는 어떤 공간이 있을까가 늘 궁금했었다.
하얀 벽 너머에는 또 다른 미술관이 있다. 작품이 도착하는 하역장, 전시를 준비하는 작업실,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공간, 그리고 미술관의 보물창고 수장고, 나지막이 깔린 기계음 사이로 각종 리프트와 전시에 필요한 공구들이 나란히 놓인 풍경 앞에서 "이런 곳이 있었네요" 하며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전시를 만드는 과정도 설명했다. 학예연구사가 작품을 기획하고, 운송하고, 작품상태를 확인하고, 설치하는 과정과 한 점의 그림이 빛을 만나 완성되는 순간, 즉 조명의 중요성도 이야기 나누었다. 예술의 뒷모습은 생각보다 더 섬세하고, 더 많은 손의 온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그날, 백스테이지 투어를 마치며 한 참가자가 이런 말을 남겼다. "작품을 만든 사람이 예술가라면, 그것을 지키고 보여주는 사람들도 또 다른 예술가네요."
맞다. 미술관은 단지 작품을 걸어두는 공간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이들이 예술의 시간을 지탱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 '숨은 사람들'의 존재를 조용히 비추었다. 명절 연휴의 북적임 속에서도, 나는 이전과는 다른 미술관을 느꼈다. 관객과 작품, 그리고 그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을 새삼 되새기며…. 미술관은 오늘도 또 하나의 문을 조용히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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