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AI 속 다시 태어난 김구, 그가 말하는 것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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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16 16:39  |  발행일 2025-10-16

올해 영남일보 창간 80주년은 광복 80주년과 발을 맞췄다. 그 기념의 자리에서 우리는 김구 선생의 목소리를 AI로 재현했다. 김구 선생의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 연설과 남북연석회의에서 들려온 단단한 음성을 학습해, AI 속 '김구의 목소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완벽하지 않았다. 잡음이 끼거나 억양이 빗나가기도 했고, 그 시대 특유의 떨림과 굴곡은 여전히 기계가 흉내 내기 어려웠다.


과거의 참상을 기록했던 신문도 다시 꺼내들었다. 6·25 전쟁의 참상과 인천상륙작전의 기록, 이산가족 찾기의 활자는 AI를 통해 다시 디지털로 복원됐지만, 완전하지 않았다. 한글은 종종 뒤틀렸고, 인물의 얼굴은 서로 낯설 만큼 닮아 있었다. 기술은 우리를 돕지만, 아직 인간의 손끝을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여러 이미지와 음성 AI 툴을 사용할 때도 기자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화면은 더 선명해졌고, 음성엔 생기가 돌았다. 그런데 마음 한켠의 불안은 지울 수 없었다. 실제처럼 보이고 들리지만, 실상은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편리함과 불안이 공존하는 AI, 그 매혹은 동시에 왜곡의 위험도 있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작업 과정에서 AI가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했을 때는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다행히 아직 AI가 만든건 구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었다. 기계가 인간의 결까지 흉내 내지 못한다는 사실은,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아직 인간의 자리가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세상은 이미 달라지고 있다. AI는 더 교묘해지고,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지난여름 출몰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던 '러브버그'가 사례가 떠오른다. 참새가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장면이 담긴 영상은 언론에까지 보도됐지만, 곧 그것이 정교하게 제작된 AI 영상임이 드러났다. 기계가 만든 영상이 언론까지 속았다. 이제 '진짜일 리 없어'라며 넘길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제는 인간과 기계가 대화하는 시대다. AI는 여전히 '불쾌한 골짜기'를 건너는 중이다. 어떤 이는 우리가 복원한 김구 선생의 목소리도 그 골짜기 어딘가에 있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건 완벽한 기술이 아니라, 그 목소리 속에 담긴 '시대의 숨결'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이전에, 김구의 목소리는 우리의 역사다. 영남일보가 그 목소리를 영상에 담으려 했던 이유도 단순한 기술의 과시가 아니라, 80년의 시간 속에서 이어온 '기록의 힘'을 다시 세상에 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기술은 진실을 비출 수는 있어도, 진실을 대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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