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제 ‘터닝포인트’ 지역서 찾자] ‘금융 선순환’에 지역 경제 명운 걸렸다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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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19 16:41  |  수정 2025-10-19 17:23  |  발행일 2025-10-19
지역 금융기관들은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공급하며 지역 경제의 선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구 중구 대구신용보증재단 중앙지점에서 한 소상공인이 경영안정자금 신청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 DB>

지역 금융기관들은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공급하며 지역 경제의 선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구 중구 대구신용보증재단 중앙지점에서 한 소상공인이 경영안정자금 신청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 DB>

<중> '158.2%'…대구경제 떠받치는 금융 수혈

꺼져가는 지역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의 선순환'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지역민의 예금으로 조성된 자금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기업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 기조를 강조하면서, 이러한 논의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물론 많은 지역 금융기관들은 제 역할을 다하며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다만, 모든 자금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구조적인 흐름에서 지역 자본의 역외 유출은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금의 선순환…재투자평가 iM뱅크 등 '최우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금의 흐름을 실물 경제와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는 '생산적 금융'에 대한 요구가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성장 전략'에는 중소기업과의 협력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은행과 중소기업 간 안정적인 동반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현재 은행들의 지역 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도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는 금융위원회의 '지역 재투자 평가'다. 이 평가는 지역에서 예금과 적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회사들이 해당 지역 경제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평가 결과를 보면, 대구는 대구에 본사 또는 영업점을 둔 시중은행의 대구지역 재투자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높았다. 은행권의 대구지역에 대한 재투자 평가 결과에선 iM뱅크, 국민은행, 기업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다소 미흡'을 받은 은행 2곳을 제외한 신한·우리·SC제일은행·수협은행은 '우수' 또는 '양호' 등급이 부여됐다.


지역별 예대율(수신액 대비 여신액 비율)도 대구는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지역 재투자 평가 결과 자료에 따르면 대구지역 예대율은 158.2%로, 수도권(98.4%)에 비해 높았다. 반면 전남(98.1%), 전북(77.9%), 강원(76.6%)은 100%를 하회했다.


이 같은 긍정적인 평가의 중심에는 지역 거점은행의 역할이 있었다. 대구에 본사를 둔 시중은행인 iM뱅크의 경우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대구신용보증재단, 경북신용보증재단 등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을 이어왔다. iM뱅크에 따르면, 2020년부터 최근까지 이들 기관의 iM뱅크 출연금 규모는 1천317억 9천893만원이다. 이 중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의 출연금 자체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지만 iM뱅크 점포가 대구와 경북에 집중된 만큼, 지역 기업이 주로 금융지원 대상이었다.


◆실물 경제 규모 대비 여전한 수도권과의 격차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지표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여전히 대구를 포함한 비수도권의 금융 공급은 여전히 수도권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비수도권 중에서도 대구와 부산은 비교적 지역에 수혈되는 금융 규모가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수도권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19일 영남일보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에선 이 같은 격차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구를 포함한 비수도권의 금융연관비율은 2.17%로 수도권(4.16%)의 절반 가량 수준이다. 금융연관비율은 금융기관의 여·수신 합계액을 지역 내 총생산(GRDP)로 나눈 값이다. 실물경제와 금융지표간의 관계를 보여줄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대구의 금융연관비율은 3.83%로, 서울(6.77%)보다는 낮았다. 다만 부산(3.37%), 인천(2.29%) 등 타 광역시 보다는 높은 수준이었다. 금융권별로 구분해서 보면, 대구에선 은행권의 금융연관비율은 2.34%로, 비은행(1.49%)보다 높았다.


◆지역마다 '지역 재투자' 제도적 근거 마련 나서


이처럼 수도권·비수도권 간 뚜렷한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역 금융기관이 해당 지역에 금융을 수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달 열린 한국금융연구원 세미나에서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를 통한 지방소멸 억제 정책 방안으로 △은행의 지방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금융위 지역 재투자 평가제도에서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등에 대한 배점을 높이는 방안 마련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기준' 평가항목과 배점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여한 은행에 유리하도록 조정 등을 제시했다.


실제 대구뿐만 아니라 지방 각지에선 단순한 요구를 넘어 실질적인 제도 개선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의회에서 의결돼 대구시가 공포한 '대구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는 금고 지정 평가항목 중 지역재투자 실적에 대한 별도 항목을 구성했다. 지난 7월에는 전북도의회에서 도내 지역재투자 활성화를 촉진하는 조례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이 보다 앞서 지난 2021년에는 곽동혁 부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국 최초로 지역 재투자 활성화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부산시 지역재투자 활성화 기본조례'를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조례에는 지역재투자 촉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고, 공공기관·금융기관·기업의 지역 재투자활성화 관련 사업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기금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곽동혁 전 부산시의원은 "지역화폐 '동백전'의 성공적인 도입 이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지역의 내발(內發)적 순환성을 높여야 한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며 당시 조례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은행은 신용보증을 통해 대출에 대한 위험을 줄여 이득을 보는데, 보증을 통해 얻는 이익만큼 출연금을 내도록 하고 동시에 지역재투자기금을 통해 은행의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고자 했다. 지역에 거점을 두고, 지역의 금고 역할을 하는 은행에 대해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더욱 많이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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