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전경. <영남일보 DB>
<상> '-3.2%'…대구경제가 보내는 위험 신호
대구경제에 위기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침체 늪에 빠지고 미래를 이끌 청년 인구가 역외로 유출되면서 도시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양새다. 통계는 지역 경제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대구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년 동기 대비 3.2% 뒷걸음질쳤다. 기업 현장은 더 위태롭다.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대구 기업 2곳 중 1곳(50.46%)은 낼 세금이 '0원'이었다. 벌어들인 돈이 거의 없어 세금 낼 여력조차 없다는 뜻이다. 무너진 경제 기반은 청년들의 '탈(脫)대구'를 부추기면서, 도시의 미래 동력이 소멸하고 있다. 악전고투중인 대구경제에 희망이 있다면 대구에 본사를 둔 시중은행이 자리하면서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유동성, 즉 '금융수혈'을 공급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의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 비율) 158.2%가 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금융기관 주인이 되고, 지배구조에 안정성을 더함으로써 지역 안에서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시민들이 대구 상장기업 56개사(社)의 주주가 돼 지역의 힘으로 선순환을 일으키는 것 또한 지역경제에 큰 동력이 된다.
◆전국 특별·광역시 중 가장 큰 GRDP 감소폭
대구 경제의 위기는 각종 경제 지표에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2025년 2분기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잠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구의 지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 3.2%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7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큰 감소폭으로, 대구경제가 놓인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기간 서울과 부산이 각각 1.2%, 0.7% 플러스 성장률을 나타낸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다른 특별·광역시 중 인천(-1.6%)과 비교해도 대구의 성장률 감소 폭은 두 배에 달할 정도로 컸다. 분기별로 보면, 대구의 지역내총생산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1.0%로 줄어든 이후 매 분기 하락세를 보여 올해 1분기에는 3.7%나 감소했다.
경제활동별로 보면, 근간 산업인 제조업의 성장이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구의 광업·제조업 생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8%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낮았다. 이는 주력 산업인 금속가공·섬유제품의 생산 부진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국가데이터처의 설명이다. 서비스업은 제주(-4.0%), 경남(-1.1%) 다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생산 성장률이 전국 시·도 중 3번째로 낮았다. 특히 부동산(-5.8%)과 문화·기타(-10.2%) 등의 생산이 감소해 서비스업 전체의 발목을 잡았다.
장기적인 추세를 봐도 대구의 지역 내 총생산은 전국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대구테크노파크의 '2025년 대구산업 통계브리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구의 지역내총생산은 7대 특별·광역시 평균(138조2천244억원)의 49.1%(67조 8천902억원)에 불과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대구 지역내총생산의 연평균 성장률은 1.8%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연평균 성장률인 2.0%를 밑도는 수준으로, 대구 경제가 장기적인 침체를 겪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구의 1인당 지역총생산도 2천965만4천원으로, 전국 63.8% 수준에 머물렀다. 연평균 성장률 또한 3.7%로 전국 연평균 성장률(4.2%)를 하회했다.
◆기업 절반 가량은 세금도 못 내는 현실
거시 지표의 악화는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에서 비롯된다. 영남일보가 국세통계포털(TASIS)에서 확인한 결과, 지난해 대구에서 법인세를 신고한 법인 3만1천577개 중 총부담세액이 '0'인 곳은 절반이 넘는 50.46%(1만5천935개)로 조사됐다.
총부담세액은 법인세 산출액과 가산세액을 더 한 값에 공제감면세액을 뺀 액수다. 이 액수가 0원이라는 건 벌어들인 소득보다 공제한 금액이 같거나 더 커서 낼 세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부담세액 5천만원 이하'는 44.41%(1만4천25개)로,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 기업 94.87%가 유의미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구경제의 주축인 중소기업으로 한정하면, 2만9천510개 법인 중 95.20%(2만8천94개)가 '총부담세액 5천만원 이하'에 해당됐다. 이 중 '총 부담세액 0원'은 51.42%(1만5천175개), '5천만원 이하'는 43.77%(1만2천919개)를 차지했다.
대구경제는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로, 더욱 취약한 상황이다. 외부 경제 충격에 더욱 취약하고,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를 가진 도시에 비하면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기본통계' 등에 따르면, 대구의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 또한 2020년 기준 93.85%에 달해 전국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구 등지는 청년들, 멈추지 않는 인구 유출
흔들리는 산업 기반은 청년층의 지역 이탈 문제와도 직결된다. 실제 최근 20년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대구에서 수도권으로 인구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에 따르면, 2004년 대구에선 1만2천432명이 수도권으로 순유출됐고 2013년 6천99명까지 줄었다가 다시 증가하면서 지난해 7천818명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20대 청년층이 순유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대구 전체 순유출 인구(19만1천916명)의 약 77%(14만7천146명)가 청년층(만 19~34세)이었다. 국가데이터처는 대구에서 수도권으로 청년층이 유출되는 주된 이유로 '일자리'와 '교육'을 꼽았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도시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청년층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대구정책연구원 최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 기업이 어려워지면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성장 동력이 사라지고 단기적으로 고용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까지 발생하게 된다"면서 "기업 내부적으로는 역량을 키우고, 외부적으로는 국내외 경제상황의 불안정성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시급히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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