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동부소방서 신천구조대 이재익 소방장. <대구동부소방서 제공>
"좋은 곳으로 갈 거예요."
대구의 한 고등학생 A(16)군은 지난 11일 오후 8시쯤 자신의 고교 담임교사에게 의미심장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곤 곧바로 휴대전화 전원을 껐다. 이후 A군과의 연락이 두절된 교사는 너무 걱정이 돼 119에 신고를 했다.
소방당국은 즉시 위치정보조회시스템을 활용, 위치 특정에 나섰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기지국은 대구 동구 화랑교 인근. 대구 동부소방서 신천구조대 소속 이재익(37·사진) 소방장은 팀원들과 본격적인 수색에 나섰다. A군이 이미 문자메시지로 안타까운 선택을 암시했기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일이었다. 신천구조대 팀을은 교량 위부터 둘러봤지만,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리 위, 아래 가리지 않고 수색을 펼친 이 소방장은 9시10분쯤 다리 난간에 걸터앉은 A군을 목격했다. 금방이라도 일어서 뛰어내릴 수 있는 상황. 이 소방장은 친근한 말투로 A군에게 말을 건넸다.
이 소방장은 "무엇이 힘드냐. 삼촌한테 다 털어놔라"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다 " 등 편안하게 대화를 하면서 가까이 다가갔다. 주변엔 지나는 이들이 많았다. 그 덕분인지 A군은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다. 이에 이 소방장은 A군이 살짝 고개를 돌리는 틈을 타 잽싸게 끌어안았다고 당시 구조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 여러 명이 달려와 안부를 확인하더라.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학교 생활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큰 일 없이 잘 마무리돼 정말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A군은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건강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신속한 신고와 접수, 정확한 위치 파악 그리고 구조대원의 침착한 대응이 한데 어우러져 소중한 생명을 구한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심춘섭 대구동부소방서장은 "현장대원의 신속하고 침착한 판단이 빛을 발했다"며 "한순간의 방심은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 앞으로도 시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즉각 대응 가능한 구조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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