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X 2025' 개막일인 22일 대구 엑스코 서관에서 휴머노이드 복싱 경기가 열리고 있다. 헤드기어와 권투글러브를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격투를 벌이고 있다. 이승엽 기자
"멋진 경기를 보여준 두 '휴머노이드'에게 뜨거운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22일 오후 3시쯤 '2025 미래혁신기술박람호(FIX 2025)' 현장인 대구 엑스코 서관에 마련된 로봇기업 유니트리 부스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헤드기어와 권투글러브를 착용한 두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각 링 위로 오르면서다. 서로 마주 본 로봇들은 이내 권투 글러브를 들어 올리고 전투 태세를 취했다. 심판의 '시작' 소리와 함께 로봇들은 서로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로봇들의 싸움 실력은 자못 놀라웠다. 오른팔 왼팔을 활용한 원투 펀치는 물론, 강력한 어퍼컷과 발차기까지 구현하는 휴머노이드의 놀라운 성능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짧은 시간 불꽃 튀는 펀치 교환이 이뤄졌고, 더 데미지를 입은 듯한 레드팀 로봇이 다운됐다.
관객들이 모두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잠시 넘어져 있던 로봇이 다시 벌떡 일어나 전투 태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일어나는 과정에서 기존 로봇과 같은 어색한 동작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참관객 최지훈(41·대구 북구)씨는 "휴머노이드 복싱이라고 해서 사람을 겨우 흉내내는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로봇의 발전 속도가 놀랍다"며 혀를 내둘렀다.
같은 시간 엑스코 동관에서는 '세계 최초 실내 자율주행 로봇' 타이틀을 보유한 HL로보틱스의 '파키'를 보기 위해 구름 관중이 몰렸다. 두 로봇이 한 세트인 파키는 센서를 통해 첫 번째 로봇이 먼저 차량 밑으로 진입했고, 두 번째 로봇이 앞 로봇과 간격을 측정하며 들어갔다. 로봇이 자리를 잡자 로봇 몸체에서 팔이 뻗어 나왔고, 이내 어떠한 지지대 없이 팔 힘만으로 2t에 가까운 차량을 번쩍 들어 올리는 놀라운 광경을 연출했다. 들어 올린 차량을 목표지점까지 완벽히 옮긴 파키는 차량에서 빠져나와 두 번째 목표물로 향했다.
차량 길이와 타이어 위치 등 전혀 다른 환경에서도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성능을 갖춘 파키는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해 냈다. HL로보틱스 관계자는 "파키가 상용화되면 차량을 좁은 공간에 주차하면서 발생하는 문콕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정확한 주차가 가능해져 공간 효율성도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2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자동차 부스를 '아이오닉 6'를 비롯한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FIX 2025는 미래형 모빌리티와 로봇 산업의 융합을 주제로 25일까지 엑스코 전관에서 진행된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에서 관람객들이 도심항공교통(UAM)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FIX 2025는 미래형 모빌리티와 로봇 산업의 융합을 주제로 25일까지 엑스코 전관에서 진행된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다양한 전기차 충전 솔루션들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 출신의 김성두 대표가 설립한 <주>모던텍은 무인 로봇 충전기 '모던보이'를 선보였다. 고압·고전류 충전 위험성과 무거운 케이블로 인한 사용자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현장형 솔루션에 참관객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차량만 주차하면 저절로 충전되는 '무선충전 시스템(Wireless EV Charging)'을 선보인 <주>PHC 부스도 전기차 차주들이 대거 몰리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지역 기업·기관들의 분전도 돋보였다. 대구시가 마련한 UAM(도심항공모빌리티) 특별관에는 구미 기업 브이스페이스가 제작한 3인용 기체 'VS500'가 전시돼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국내 상용화 1순위로 평가받는 VS500 기체에 시승해 보려는 시민이 줄을 이었다. 대구도시철도 운영기관인 대구교통공사는 AI 기반 철도설비 유지관리 솔루션을 제시하며 대구 대중교통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이날 기자들과 FIX 현장을 둘러본 홍성주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미래모빌리티와 로봇 등 기술 발전이 놀랍다"면서 "이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지역산업 AX 대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산·학·연과 머리를 맞대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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