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서] 김봉천 작가, 전통과 첨단 사이 ‘숨겨진 형상’을 드러내다...갤러리동원 김봉천 개인전 ‘隱(은)과 顯(현)’展 개최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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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2 16:43  |  발행일 2025-10-22
한지 먹 작업 신작은 ‘숨겨진 얼굴’ 형태
스탠실 기법 차용한 컬러 작업 눈길
“작가는 제시만 할 뿐”...관람객에게 ‘숨은 그림 찾기’ 해석 맡겨
김봉천 작가가 갤러리동원 앞산점에 전시된 자신의 컬러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김봉천 작가가 갤러리동원 앞산점에 전시된 자신의 컬러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갤러리동원 앞산점은 오는 29일까지 김봉천 초대 개인전 '隱(은)과 顯(현)'展(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동양회화의 전형인 한지 먹 작업과 서양회화의 정석인 유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작들은 김 작가가 그간 몰두해 온 '은현(隱顯) 시리즈'의 연속선상에 있다. 김 작가의 작업은 '숨김'과 '드러냄'이라는 두 축을 씨실과 날실 삼아 균형 상태를 직조하는데, 이는 '히든 어피어런스(Hidden Appearance)'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김봉천 작

김봉천 작

특히 한지 작업은 화선지 여러 장을 배접한 종이 위에 먹이나 물감을 칠해 형상을 숨긴 후, 종이를 뜯어내는 과정을 통해 먹이 스며들지 않은 밑바탕의 숨겨진 형상을 드러낸다. 최근 한지 작업에는 새로운 변화가 포착됐다. 과거 발에 비친 풍경을 묘사했던 방식에서 나아가, 사람들의 시각적 민감도가 높은 '얼굴' 형태를 숨겨 넣는 신작을 내놓았다. 이 얼굴 형상은 정교함을 위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미리 선을 디자인하고 두께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 뒤, 출력물을 바탕으로 송곳과 칼을 이용해 뜯어내는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다.


한편, 캔버스 위에 다양한 재료를 중첩하고 섬세하게 뜯어내는 서양화 기반의 컬러 작업 결과물도 만날 수 있다. 흑백 중심의 한지 작업과 달리 화려한 색상을 과감히 사용하며 입체감을 더한다. 일종의 스텐실 기법을 차용했는데, 물감이 묻지 않는 시트지 등을 활용해 밑색을 숨기고 위에 다른 색을 분사(스프레이)하거나 덧칠한 후 떼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김봉천 작

김봉천 작

김 작가는 해당 컬러 작업에 대해 "서양화 재료는 물성이 달라 즉흥적 작업이 불가능하다. 컴퓨터를 이용해 색깔 배치를 완벽하게 시뮬레이션하고 기본 형태를 계산한 뒤 캔버스에 옮기는, 매우 계획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한지 작업에 대해서는 "완전히 까만 데서 한 개씩 뜯어내면서 형태가 드러나는 과정이 되게 재미있다"고 밝혀, 작업의 고통과 재미를 구분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구체적 형태를 명확히 제시하기보다는 관람객의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관람객이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주체적 감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김 작가는 "작가들은 형태를 제시할 뿐이다. 제 작품을 보는 분들이 자신만의 궁금증을 가지고 자기 나름의 해석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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