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양 외과의사가 바라본 일본 풍경]오사카-간사이 박람회에서 배우는 것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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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3 14:24  |  발행일 2025-10-23
롯폰기 모리빌딩에서 열린 후지모토 소우 건축전.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나무와 구조가 어우러진 주거의 미래를 모색한 다양한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임 원장 제공>

롯폰기 모리빌딩에서 열린 '후지모토 소우 건축전'.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나무와 구조가 어우러진 주거의 미래를 모색한 다양한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임 원장 제공>


'2020 도쿄올림픽' 당시 선수촌 골판지 침대는 개막전부터 조롱거리였다.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선수들이 침대 위에서 뛰는 모습이 보였고, 경비를 아끼기 위해 부실한 침대를 만들었다는 소문도 확산됐다. 하지만 대회기간 내내 골판지 침대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소식은 없었다.


도쿄올림픽의 주요 슬로건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었다. 경기장과 숙소 건립에 친환경 소재를 고민하면서 선택한 게 골판지 침대였다. 반 시게루는 재난이나 전쟁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고 값 싼 집을 생각하다가 골판지 집을 생각했고, 2014년 프리츠커 상을 받았다. 골판지라는 혁신적인 재료는 이제 고층 건물에도 도전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의 골판지 침대는 환경 문제에 대한 메시지 전달, 소재 기술의 혁신성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도였다. 최근 '2025 오사카-간사이 박람회'가 끝났다. 남의 잔치라 그런지 긍정적 기사보다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한 박람회라는 기사를 많이 접했다. 입장료가 비싸고, 마스코트가 이상하거나 볼 거리가 별로 없다는 등의 가십성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오사카-간사이 박람회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Designing Future Society for Our Lives)'이 슬로건이다. 주제에 맞게 이번 박람회는 현재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기후 변화, 감염병, 빈곤, 고령화 등)를 어떻게 인식하고 극복할 것인지 각 나라마다 다양한 전시를 했다.


한국 전시관은 K-pop, K-culture가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는 표면적인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사실 한국을 포함한 각 나라가 주제를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자기들 전시관에 풀어 놓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이었다. 주최국 이점으로 많은 공간을 확보했고 메시지 또한 확실했다. 앞으로도 진행될 도시화가 환경·기후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은 인간에게 심각한 문제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다양하게 접근했다. 이번 박람회 최대 관심은 나무로 만든 둘레 2km에 이르는 'big roof ring'이다. 일본의 전통 건축 양식으로 후지모토 소우 작품이다. 박물관 밖의 공간에 더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지원했다. 롯폰기 모리 빌딩에선 후지모토 건축에 대한 철학을 심도있게 전시했다. 현 사회의 문제점을 모두가 한번 더 인식하도록 했고, 해결책 또한 다양하고 명확하게 제시했다.


우리 언론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박람회의 표면적인 것만 보도할 게 아니라, 이웃이 준비한 박람회를 심층 분석하고 해결책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하는 기사가 적었다.


항상 궁금한 것이 있었다. 어떤 국제 행사를 유치하면 경제적파급 효과가 얼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무엇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인지, 행사가 끝나고 나서 실제로 그만한 효과를 거뒀는지에 대한 평가를 접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중요한 국제 행사이고, 경제 효과가 많으니 지지를 해 달라는 이야기라고 추측할 뿐이다.


2년 전 우리는 그런 장면을 목격했다. 2030년 부산 엑스포를 유치해야 우리가 살 것 같이 총력 전에 나섰다.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장단점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판세가 어떤지도 몰랐다. 이건 아니란 생각이 들어도 반대 의견을 제시할 방법도 없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리고 끝이었다.


앞으로도 많은 국제 행사가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가 행사를 개최하면 거기서 배움을 얻고, 우리가 개최하면 좀 더 효율성을 갖도록 모든 행사에 관심을 갖고 분석했으면 한다.


<임재양외과 원장, 게이오대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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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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