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수발아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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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3 06:57  |  수정 2025-10-23 07:59  |  발행일 2025-10-23

수발아(穗發芽)는 이삭(穗)에서 싹(芽)이 나는(發) 현상이다. 기후 조건이 정상일 때 종자는 일반적으로 본체에서 분리된 후 휴면 기간을 거쳐서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갖춰지면 싹을 낸다. 수발아는 벼나 밀과 같은 곡식이 본줄기에 매달린 채 수확 전에 싹이 나는 이상발아 현상이다.


수확기를 맞은 벼에서 이런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 농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수확 전에 싹이 난 벼는 수확량이 감소하고 쌀의 품질이 낮아진다. 쌀알의 색이 변하고 쉽게 부스러지며 밥맛도 떨어진다. 양적 질적으로 큰 피해를 나타내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벼는 종자로도 쓸 수 없다.


이런 현상은 벼가 익는 시기의 잦은 비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10월 평균 강우일수는 5.6일이나, 올해는 오늘까지 16일간이나 비가 내렸다. 9월 한 달 동안에는 20일간 비가 왔다. 이 때문에 장마가 일찍 오는 해의 만생종밀이나 태풍 등으로 도복된 벼에서나 볼 수 있던 수발아가 멀쩡한 벼에서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벼를 쭉정이로 만들 수도 있는 깨씨무늬병이라는 곰팡이병까지 만연해 농민들에게 수확의 기쁨보다 절망의 아픔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잦은 강우로 포도 알에 곰팡이가 생겨 생과일로도, 주스용으로도 쓰지 못하게 됐으며, 상추잎은 녹아내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김장용으로 심어놓은 배추에 무름병·뿌리마름병이 발생하자 더 썩어 못쓰게 되기 전에 뽑아서 때 이른 김장을 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을까지 이어진 더위에, 올해는 가을 장마까지 기상이변이 연이어 농사를 망치고 있다. 앞으로 더 큰 변수가 생길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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