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원에서 진료 중인 강구정 의학박사가 환자에게 간·담도·췌장 구조를 설명하며 치료 방향을 안내하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곽병원에서 진료 중인 강구정 의학박사가 환자에게 간·담도·췌장 구조를 설명하며 치료 방향을 안내하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30여 년간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간·담도·췌장 분야 권위자로 활약해온 강구정 박사는 "곽병원은 환자 중심의 시스템이 이미 완성된 단단한 병원"이라고 말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30여 년간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간·담도·췌장 분야 권위자로 활약해온 강구정 의학박사(전 한국 간담췌외과학회장)가 지난 9월부터 곽병원에서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다. 대학병원에서 쌓은 풍부한 임상 경험과 연구 노하우를 지역 중추병원으로 옮겨온 그의 행보는 단순한 '이직'이 아니라, 지역 필수의료의 새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전환으로 읽힌다. 강 박사는 "곽병원은 겉보기보다 훨씬 단단한 병원이며, 환자 중심의 시스템이 이미 완성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대학병원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속도와 완성도'를 모두 갖춘 의료 모델을 곽병원 현장에서 실현해가고 있다.
◆응급수술은 '골든타임' 싸움이라 불린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골든타임이 절대적인 질환은 뇌졸중과 심근경색 같은 심뇌혈관질환이다. 뇌경색의 경우 막힌 혈관은 3시간 이내, 심근경색은 2시간 이내에 뚫어야 손상된 조직의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복부 응급수술의 경우는 양상이 다르다. 복부 응급질환은 대부분 염증성 질환이다. 급성 충수염, 담낭염, 위·십이지장 천공, 대장 게실염, 외상성 장천공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질환들은 초 단위의 골든타임보다는 염증의 확산과 통증으로 인한 고통을 얼마나 신속히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곽병원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24시간 수술이 가능한 인력 구조를 갖추고 있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검사와 수술이 즉시 이어지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신속성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룬 체계가 바로 곽병원의 강점이다."
◆곽병원을 "겉보기보다 훨씬 단단한 병원"이라고 평가했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나.
"우리나라 대학병원 시스템은 중환자 중심이다. 응급실에서는 중증·심혈관계 환자가 우선이다 보니, 복부 응급환자는 진단이 끝나도 실제 수술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수술실과 마취과 일정이 이미 다른 대수술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자는 통증을 견디며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곽병원에서는 다르다. 예를 들어 오전 9시에 담석증 환자가 내원했다고 가정하면, 검사가 즉시 이뤄지고 11시에는 CT 판독이 완료된다. 그 결과를 토대로 오후 2시에는 수술이 진행된다. 다음날이면 퇴원이 가능한 구조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단순히 '빠르다'가 아니라, 진단·판독·수술·퇴원까지의 전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환자 중심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핵심 철학은 '환자의 이익이 최우선'이다. 곽병원의 시스템도 이 철학과 닮아 있다. 병원 경영진이 수익보다 환자의 편익을 먼저 고려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운영 철학에 공감하며, 환자를 위한 진료에 집중할 수 있어 기쁘다."
◆곽병원은 대학병원과 비교했을 때 의사결정이나 응급수술 준비 과정에서 어떤 강점을 갖고 있나.
"메이요 클리닉에서 6개월간 연수할 당시 가장 놀랐던 점이 CT 검사 후 2시간 이내에 영상 판독 결과가 임상의사에게 전달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곽병원에서는 이 시스템이 이미 구현돼 있다. 진료 후 검사를 지시하면 두 시간 안에 영상의학과 판독이 완료된다. 곧바로 외과에서 수술 계획이 세워지고, 마취과와 수술실이 즉시 대응한다. 수술 일정이 잡히면 '지연 없음'이 기본이다. 이는 병원 내 진료과 간 협력 체계가 얼마나 긴밀한지를 보여준다. 수술방과 마취과 인력이 대학병원처럼 많지는 않지만, 효율적 운영을 통해 여러 수술이 동시에 진행된다. '작지만 단단하고, 빠르지만 정밀한 병원'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간·담도·췌장뿐 아니라 대장 등 복부 전반의 수술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복부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와 의료진 철학은.
"곽병원 외과팀은 4명의 외과의사가 각자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모든 복부 수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암 환자 외에도 급성 복부질환, 장천공, 탈장, 담낭염 등 다양한 질환을 다룬다. 나는 간담췌 분야를 중심으로 수술 역량을 확장하고 있으며, 팀 전체가 '기피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협업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유연한 협진 구조가 곽병원 수술 시스템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최근 복강경 및 간담췌 관련 수술 기술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분야에서 도전하고 있나.
"요즘은 암 수술조차 복강경이나 로봇을 활용하는 시대다. 특히 복강경 탈장수술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복강경 탈장수술은 절개 범위가 작고 통증이 적으며 회복이 빠르다. 또한 비용이 과도하지 않아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일부 병원에서는 절개법이 재발률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복강경 복막외 접근법을 정확히 적용하면 충분히 안전하고 재발도 낮다. 서울 한 유명 탈장센터가 절개법의 우수성을 내세우며 전국 환자를 끌어모으는 영상을 보고, 복강경 수술의 장점을 더 알릴 필요성을 느꼈다. 복강경 탈장수술은 3차 병원보다 오히려 2차 병원에서 담당해야 하는 영역이다. 환자 접근성과 비용 효율성 면에서 2차 병원이 가장 적합하다."
◆곽병원이 응급수술 분야에서 보여준 성과는 지역 필수의료 체계 강화의 좋은 모델로 꼽힌다. 대학병원과 지역병원 간 협력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2·3차 병원은 명확히 역할을 나눠야 한다. 3차 병원은 중증·암·이식 수술을 중심으로, 2차 병원은 일반 응급수술과 중등도 질환을 담당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역 의료기관의 역량이 강화되고, 대학병원 교수들은 잦은 수술 대신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고난도 수술의 수가가 낮아 인력과 자원이 집중되기 어렵다. 3차 기관의 고난도 수술에 대한 수가를 대폭 인상해야 이런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 이런 구조적 조정이 이뤄질 때 지역 의료의 균형이 잡히고, 필수의료 체계가 강화될 것이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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