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경북 경주시 경주엑스포대공원 APEC 경제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첨단미래산업관 '번영의 빛'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APEC super week(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슈퍼위크)' 첫 날인 27일 오후 2시쯤 경북 경주 보문단지 남쪽 경주엑스포대공원에 자리한 APEC 경제전시장(K-비즈니스 스퀘어). 입구에 들어서자 길이 20m, 높이 3m의 거대한 미디어아트가 관람객을 반겼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작품인 '미래의 문'으로, 1천년 전 신라의 찬란했던 문화유산을 현대 감각과 기술로 재조명 했다. 영상 속 황룡사 9층 목탑의 찬란한 빛과 첨성대의 정밀한 천문 구조, 석굴암의 황금비율 등을 들여다 보면 마치 신라의 세계 속으로 입장하는 듯한 몰입감이 느껴졌다. 전시를 담당한 현재은 엑스오비스 공간사업 3본부 이사는 "신라의 과학 기술과 예술, 철학 등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기술 문명, 지속 가능한 도시와도 맞닿아 있음을 표현했다. 과거와 미래가 하나로 이어지는 시공간의 포털이자, 경주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비전을 담아낸 대서사"라고 설명했다.
◆'천년 신라'를 통해 '대한민국'을 조망하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마련된 K-비즈니스 스퀘어는 '유산 위에 지어진 미래'라는 주제로 대한민국의 산업발전과 첨단기술, 그리고 천년도시 경주의 문화유산을 아우르는 특별전시관이다. 총 142억원을 들여 연면적 2천700㎡ 규모로 조성됐다.
'미래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국보 제21호인 불국사 3층석탑(석가탑)을 본 딴 '시간의 탑'이 우뚝 서 있다. 시간의 탑을 구성하고 있는 대형 미디어월에는 1950년대 산업화의 시작부터 현재 첨단기술이 주도하는 시대까지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여정을 담았다. 대한민국이 산업화 시대부터 단계적으로 기술을 쌓아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키네틱 큐브 방식으로 구성했다는 게 전시장 측의 설명이다.
시간의 탑을 벗어나면 8가지 형형색색 경주의 색으로 꾸며진 인피니트 미디어 터널인 '번영의 빛'(Light of Prosperity)을 만날 수 있다. '더 깊이, 더 멀리, 더 오래'라는 주제로 시공간을 가로질러 무한히 확산하는 빛을 구현했다. '천년의 미소'로 알려진 얼굴무늬 수막새를 칼레이도스코프(만화경) 패턴으로 재해석 해 전통과 미래를 잇는 상징적 장면을 형상화 했다. 압도적인 색감과 공간감은 관람보다는 체험에 가까웠다. 이 곳은 개관 1주일 만에 인생샷 명소로 소문 나 사진을 찍는 관람객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총집결
'번영의 빛'을 건너면 대한민국 5대 핵심 수출산업군을 소개하는 △첨단미래산업관으로 들어설 수 있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실감형 영상을 통해 로봇, 바이오 등 12대 국가전략기술을 통한 미래도시의 스마트라이프를 육성으로 소개했다. 그 옆으로는 대한민국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인 에이로봇의 '앨리스3', '앨리스4'가 나란히 진열돼 있다.
△반도체관에서는 대한민국 반도체 50년 발전사와 '웨이퍼 제조 공정', '산화 공정', '포토 공정' 등 반도체 8대 공정을 소개했다.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차 모델인 '올 뉴 넥소'를 전시한 △모빌리티관도 인상적이었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면서 이 날 산업관에는 조선업 코너가 상당한 규모로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안전한 운항, 새로운 연결의 길'이라는 주제로 항해 체험 부스가 마련됐으며, AI와 로봇을 결합한 '스마트 야드'로 변모하고 있는 조선업을 소개하는 조선해양관 부스도 큰 관심을 끌었다.
◆경북 대표 콘텐츠, 세계 홀렸다
첨단산업관을 나오자 향긋한 풀내음이 코끝을 찔렀다. 경북도가 선도하는 바이오 및 뷰티산업을 망라한 △바이오·뷰티관이다. 이 곳에서는 백신 직접 생산 시스템에서부터 신약 개발, 헴프(산업용 대마) 기반 의약품, 천연물 추출물 기반 화장품 등 K-뷰티를 선도하는 경북도의 혁신기술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백두대간 천년기억 숲향', '석굴암향', '동해바다 향' 등 천연물 원료 추출물 함유 향기를 시향하는 코너에는 젊은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경북의 대표 콘텐츠들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K-콘텐츠관에는 경북을 대표하는 캐릭터인 '엄마 까투리', '첨성이', '강치' 등이 등장해 새로운 IP(지적 재산권)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음달 5일 공중파 방영 예정인 애니메이션 '강치아일랜드' 영상과 함께 관련 캐릭터 상품을 감상할 수 있었으며, 경북의 대표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엄마 까투리'를 주인공으로 한 8편의 영상시리즈 '첨단기술을 만난 엄마 까투리' 영상도 특별 상영됐다. 특히 경북 대표 작가 이현세의 그림체로 관람객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AI 드로잉로봇' 코너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경북과 경주의 숨결을 홀로그램으로 경험할 수 있는 △360도 파노라마 미디어관도 인기몰이를 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 부석사, 대가야 고분군 등 경북의 문화재와 함께 불국사, 동궁과 월지, 대릉원 등 경주 대표 문화유산을 직접 골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복·한식·한옥·한글·한자의 오(五)한 문화를 체험하며 천년수도 경주의 문화적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오한하우스도 큰 관심을 끌었다. 오한하우스 광장에서는 전통가요 '아리랑'부터 그룹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K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 등 최신 K팝 음악까지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자리도 마련돼 관람객들의 오감을 즐겁게 했다.
◆경북 기업 글로벌 도약…비즈니스 격전장
APEC 경제전시관에는 지역 기업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됐다. 경북도는 △기업비즈니스관을 통해 경북 콘텐츠기업의 기술력과 디자인 역량을 국내외 고위급 관계자 및 바이어들에게 소개했다. 선정된 기업은 조이랩(JoyLAB), 나루(NARU), 플로우스튜디오<주>(FLOW STUDIO), 더린넨2017(The Linen 2017) 등 4곳이다. 이들은 각 기업 고유의 특색 있는 콘텐츠로 글로벌 바이어 및 방문객을 사로 잡았다.
스포츠테크 분야 기업인 조이랩은 선수용 야구 타격 분석 시뮬레이터 '퍼펙션(PERFECTION)'을 전시했다. 자체 개발한 오토벳(AUTOBAT) 시스템을 통해 타자의 타격 궤적과 비거리를 정밀 분석하는 스포츠 데이터 기반의 트레이닝 솔루션을 소개했다. 조이랩의 콘텐츠들은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사용해 그 성능을 인정받았으며, 메이저리거들도 연습에 활용하고 있는 제품이다.
유람형 레저보트 전문 기업으로 문보트, UFO보트, 별보트를 개발한 나루는 기업비즈니스관에서 초승달 모양으로 형상화 한 수상 보트인 '문보트(Moon Boat)'를 선보였다. 현재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서 운영 중으로 야간관광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플로우스튜디오는 과학실험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교육용 실험장비와 데이터 플랫폼을, 더린넨2017은 경북 해녀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친환경 패브릭 브랜드 '해녀의 옷장(Haenyeo's Closet)'을 소개했다.
다음 달 23일까지 운영되는 APEC 경제전시장은 APEC 기간 각국 대표단과 글로벌 경제인들을 상대로 한 세일즈 코리아의 현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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