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영주 수소발전소, “탄소는 없지만 물음표는 많다”

  •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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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02 16:43  |  발행일 2025-11-02
권기웅 기자.

권기웅 기자.

영주시가 경상북도·한국동서발전과 손잡고 1조 2천억원 규모, 500MW급 수소발전소 유치에 시동을 걸었다. 구상은 분명하다. 울진 한울원전 잉여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이를 영주로 들여와 다시 전기를 생산한다. 전력을 저장 가능한 기체 연료로 바꿔 계절·시간의 불일치를 보완하겠다는 계산이다. 문수농공단지 인근 11만5천㎡ 부지, 2035년 준공·30년 가동이라는 목표도 제시됐다. 도시는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을 통해 한전 단가보다 낮은 전기료를 기대하고, 국가산단 분양·데이터센터 유치 등 파급효과를 그린다. 그러나 '그림'이 실물로 변하려면 답해야 할 질문이 적지 않다.


첫째, 왜 영주인가. 사업자는 "동해안은 새 송전탑 건설이 어렵다"고 말한다. 대신 수소를 영주로 운송하는 새 물류망을 세워야 한다. 튜브트레일러·액화·배관 중 무엇을 택할지, 비용과 안전 책임은 누가 지는지, 주민 눈높이의 설명이 필요하다. 둘째, 안전성이다. "순도 99% 이상이라 폭발 위험이 낮다"는 설명만으론 부족하다. 저장탱크 내압과 방폭 등급, 비상배출(벤트) 기준, 소방·의료 대응 골든타임 체계, 민감시설과의 이격거리 등 '만약'의 설계가 공개돼야 한다. 셋째, 물과 생활환경이다. 수전해엔 물이 많이 든다. 원수 조달·정수·폐수처리 계획, 탱크로리 왕복이 늘릴 교통·소음·야간 조도 관리도 주민이 체감하는 비용이다.


넷째, 경제성이다. 특구 지정이 자동으로 '값싼 전기'를 보장하진 않는다. 전력정산 규칙, 계통접속비, 무탄소 전원 입찰시장 결과, REC·인증 체계가 맞물려야 숫자가 선다. "세수 증대", "산단 분양 100%" 같은 장밋빛 수치는 제도·시장 변수를 통과해야 현실이 된다. 다섯째, 산단 시너지다. 데이터센터 유치는 전기료만으론 어렵다. 24/7 전력가용성, 냉각수·폐열 활용, 저지연 통신망, RE100 증빙까지 '에너지·네트워크·규제' 3박자가 필요하다. 여섯째, 신뢰 회복이다. 납 공장 대기오염 논란을 겪은 지역 정서를 외면해선 안 된다. 전략환경영향평가·안전영향평가·교통영향평가 로드맵과 주민 참여 절차를 선제 공개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수치와 절차다. 하루 반입 수소 톤수와 운송 동선, 저장용량·압력·방폭 등급, 연간 물 사용량·폐수 처리, 생활환경 영향치(주·야), 요금 할인 구조와 적용 대상, 1.2조원의 민관 분담·보증, 일정 지연 시 대안까지 투명하게 내놓아야 한다. "탄소는 줄이고 불신은 더 줄여야" 사업이 움직인다. 원리는 설득력 있다. 이제 영주의 시간은 '장밋빛 약속'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설계' 위에서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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