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독서의 계절, 책으로 떠나는 여행…경북 이색 동네책방 5선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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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06 17:21  |  수정 2025-11-06 17:48  |  발행일 2025-11-06
경주 황리단길에 위치한 책방 어서어서 내부. 독특한 정체성으로 입소문이 나 전국의 관광객들이 찾는 책방이 됐다. <어서어서 제공>

경주 황리단길에 위치한 책방 '어서어서' 내부. 독특한 정체성으로 입소문이 나 전국의 관광객들이 찾는 책방이 됐다. <어서어서 제공>

장 보러 가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장을 본 물건이 집에 온다. 스마트폰을 들고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한다. 터치 몇 번이면 결제가 끝나고 배송이 시작된다. 팬데믹 이후로는 배송마저 비대면이 되어 물건을 전해주는 사람의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 책도 비슷하다. 대형서점 앱을 통해 주문하면 이틀이면 도착한다. 근처 지점에 재고가 있을 경우 찾아가 바로 수령할 수도 있다.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읽기도 하고, 요즘은 또 1분이면 끝나는 책 요약 영상이 몇 시간, 길게는 며칠 걸리는 독서를 대신한다.


그런 편리함에도 아직 사람들이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이유는 책을 직접 보고 고르는 과정 자체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종이책 특유의 향이 감도는 공간에서 책을 한 장씩 넘기며 표지와 문체, 내용이 내 마음에 드는지 살펴보고,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재미는 온라인에서는 얻을 수 없다. 특히 작은 동네책방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대형 서점과 차별화된 독특한 매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책방지기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담긴 책부터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독립출판물 등을 볼 수 있어 책 덕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각자의 철학과 취향을 담은 독립서점들이 새롭게 문을 열고 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했던가. 겨울이 금방 올 것 같다가도 봄처럼 따뜻해지는 이상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책 읽기엔 좋은 때다. 이런 가을, 책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경북의 동네책방들을 소개한다. 단풍이 물들 때, 저마다의 매력을 지닌 책방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14면에서 계속


포항 효자동에 위치한 달팽이책방 내부. 다양한 독립출판물과 인문학 중심의 단행본이 비치돼 있다. <달팽이책방 제공>

포항 효자동에 위치한 '달팽이책방' 내부. 다양한 독립출판물과 인문학 중심의 단행본이 비치돼 있다. <달팽이책방 제공>

◆포항 달팽이책방


포항 효자동에 위치한 '달팽이책방'은 2015년 문을 연 책방이다. 작은 동네책방이 10년이나 이어진 건 이곳이 문화예술 아지트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로서의 성격도 가진 이곳은 독립출판물의 성지이자 홍차 맛집, 갤러리이기도 하다.


문화예술 아지트인 달팽이책방에선 책방 한켠에 있는 전시 공간에서 수시로 전시가 열린다. <달팽이책방 제공>

문화예술 아지트인 달팽이책방에선 책방 한켠에 있는 전시 공간에서 수시로 전시가 열린다. <달팽이책방 제공>

먼저 책방엔 다양한 독립출판물과 인문학 중심의 단행본이 비치돼 있다. 책방지기가 이 동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만큼 포항지역에서 출간된 출판물도 다수다. 내부 한켠에 있는 갤러리에서는 수시로 전시가 열린다. 손님, 작가 등 여러 주체가 참여한다. 책을 매개로 한 모임도 다양하게 열리는데, 책방에서 주최하는 독서 모임만 여섯 개다. 손님이 기자로 참여해 만드는 책방신문 '달팽이 트리뷴'은 100호도 넘게 발행됐다. 매달 전국 동네서점에 무료로 배포한다고 한다.


찻집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홍차를 20종 넘게 판매한다. 다르질링, 기문, 우바, 아쌈, 레이디그레이 등의 차를 맛볼 수 있다. 향긋한 차 향이 책방에 은은히 퍼져 있다. 어린이 손님을 환영해 그림 그리기 도구와 어린이 전용 메뉴가 따로 있고, 목줄 착용 시 반려견도 출입 가능하다. 인근에 철길숲공원, 영일대 연못 등 산책하기 좋은 명소가 자리해 같이 둘러보기도 좋다.


경주 황리단길에 위치한 책방 어서어서 외관. 옛 버스정류장에서 볼 법한 의자를 배치해 빈티지한 감성을 살렸다. <어서어서 인스타그램>

경주 황리단길에 위치한 책방 '어서어서' 외관. 옛 버스정류장에서 볼 법한 의자를 배치해 빈티지한 감성을 살렸다. <어서어서 인스타그램>

◆경주 어서어서


경주 황리단길에는 '어서어서'라는 독특한 책방이 있다. 왜 어서어서일까.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을 줄인 이름이다. 어디에나 있는 게 서점이지만 어디에도 없는 서점을 만들고자 하는 책방지기의 마음이 담겼다. 서점 운영 초기엔 점심과 저녁 사이 브레이크 시간에 잠깐 운영했는데, 입소문이 나 이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운영한다.


어서어서에서 책을 구매하면 읽는 약이라고 써진 약봉투에 책을 담아준다. <어서어서 인스타그램>

어서어서에서 책을 구매하면 '읽는 약'이라고 써진 약봉투에 책을 담아준다. <어서어서 인스타그램>

이곳이 입소문을 탄 건 어서어서만의 고유한 정체성 때문이다. 책을 구매하면 '읽는 약'이라고 써진 약봉투에 책을 담아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봉투에 구매한 사람이나 받을 사람 이름을 써준다. 다양한 스탬프를 명함만한 종이에 찍어 나만의 책갈피를 만들 수도 있다. 50㎡(15평) 정도의 작은 책방이지만 책방 내부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빈티지한 감성을 살려 오래된 라디오, 괘종시계, 옛 영화 포스터 등으로 공간을 꾸몄다. 가게 앞에는 옛 버스정류장에서 볼 법한 의자를 배치해 '인증샷' 찍기를 자극한다. "책은 안 사도 되니 사진 많이 찍다 가시라"는 책방지기의 마인드로 전국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책방이 됐다.


서가에는 유행이나 판매량보다 책방지기가 직접 읽고 좋았다고 느낀 책만 진열한다. 이런 정성으로 책도 하루에 수백권이 팔린다고.


구미 금리단길에 위치한 그림책방 그림책산책 내부. <그림책산책 인스타그램>

구미 금리단길에 위치한 그림책방 '그림책산책' 내부. <그림책산책 인스타그램>

◆구미 그림책산책


그림책은 시와 비슷한 점이 많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누구나 감상하고 쉽게 접할 수 있다. 때론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동심의 세계로 데려간다. 그렇다면 그림책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책방은 어떨까. 구미 원평동에 위치한 '그림책산책'은 손님들이 그림책을 통해 몰입과 행복을 경험하는 공간이다.


2018년 구미도서관 인근 건물 지하에서 문을 연 책방은 현재 금리단길 중심에 위치한다. 책방 이름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모임에서 비롯됐다. 그림책을 읽는 것은 산책하는 것과 같다는 책방지기의 철학이 담겼다. 동심 가득한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기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의미다. 그림책방답게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눈에 띈다. 그림책뿐만 아닐 그림책 작가들이 쓴 에세이도 진열돼 있다.


작가 초청 강연, 그림책 읽어주기 모임, 워크숍 등 그림책을 매개로 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최근엔 인근 금오산 둘레길에서 그림책을 읽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동네책방과 지역작가, 자원활동가 등 구미 독서 커뮤니티가 함께 추진하는 그림책 축제 '구미 그림책 잔치'에도 참가했다.


상주 서문동 골목에 위치한 오롯서점 외관. 창문에 책 속 문장이 새겨져 있다. <오롯서점 제공>

상주 서문동 골목에 위치한 '오롯서점' 외관. 창문에 책 속 문장이 새겨져 있다. <오롯서점 제공>

◆상주 오롯서점


상주 서문동에 위치한 '오롯서점'은 '오롯하게' 책과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말 그대로 모자람없이 온전하게 책과 함께 머무는 공간. 책방지기가 동네책방 손님이던 시절 받은 이런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상주 오롯서점 내부. 문학 서적 중심의 작은 책방이다. <오롯서점 제공>

상주 '오롯서점' 내부. 문학 서적 중심의 작은 책방이다. <오롯서점 제공>

상주초등 후문 골목에 자리한 서점은 문학 서적 중심의 작은 책방이다. 건물 외부의 색처럼 화이트톤의 인테리어가 손님을 환하게 반겨준다. 곳곳에 식물이 놓여 단정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설, 에세이, 시집이 주를 이룬다. 한켠에는 책방지기의 소장 도서와 방문객에게 무료로 나눔하는 책들도 놓여 있다. 창문에는 책 속 문장이 새겨져 있다. 계절이나 책방지기의 취향에 따라 때때로 바뀐다. 지금은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속 문장, "삶의 어느 시기에 만나게 되는 결정적인 책은 바로 그 무렵 내가 던져야만 하는 질문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런 부분들을 보면 책에 대한 책방지기의 남다른 애정이 느껴진다.


작은 책방이지만 세심한 배려도 스며 있다. 휠체어 이용자나 거동이 불편한 방문객을 위해 마당쪽 출입구를 따로 마련해뒀다. 월요일 휴무.


경주 서악마을에 위치한 누군가의 책방은 고택을 개조한 한옥 독립서점이다. <누군가의 책방 제공>

경주 서악마을에 위치한 '누군가의 책방'은 고택을 개조한 한옥 독립서점이다. <누군가의 책방 제공>

◆경주 누군가의 책방


경주 '누군가의 책방'은 고택을 개조한 한옥 독립서점이다. 무열왕릉 인근 서악마을에 자리하는 책방은 책과 함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원래 구황동에 자리했다가 둥지를 옮겼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갖가지 꽃나무와 텃밭 채소가 자라는 앞마당과 한옥이 반겨준다. 고즈넉하고 안온하다. 툇마루에서 푸른 자연을 감상하며 독서를 즐길 수 있다.


경주 서악마을에 위치한 누군가의 책방 내부. 고즈넉하고 안온한 분위기를 띤다. <누군가의 책방 제공>

경주 서악마을에 위치한 '누군가의 책방' 내부. 고즈넉하고 안온한 분위기를 띤다. <누군가의 책방 제공>

책장은 젊은 책방지기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책들로 채워져 있다. 국내외 여행책, 에세이, 단행본과 잡지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무크지 등 독립출판물이 주를 이룬다. 독립서점답게 엽서, 스티커, 달력 등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역 작가,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특별한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특히 매달 한 권의 책을 선정해 해당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독서모임 '누군가의 책 이야기'를 진행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는 '누군가의 책'이라는 콘텐츠로 독립출판물 위주의 책을 추천한다. 지난 9월부터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 보다 조용히 머물다 갈 수 있다. 네이버 예약으로 예약 가능하다. 주차는 인근 서악큰마을경로회관 주차장에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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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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