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중 1명인 기타가와 스스무(왼쪽) 교토대 교수와 생리의학상 수장자로 선정된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교수. 이로써 일본의 30번째 노벨상이자 26번째 과학 부분 수상이다. <노벨상 홈페이지 일러스트>
올해 노벨상 발표가 있을 때 일본인들과 같이 있었다. 일본은 호외도 나오고 열광했다. 늦게 발표한 문학상에 대한 기대도 상당했다. 올해는 3관왕이 되겠다고도 했다. 부러웠다. 기가 죽었다.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모두 전문가가 아닌데도 분석이 날카로웠다. 일본은 1990년대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했다. 그때는 연구비도 많았지만 기초를 공부하는 젊은이들도 많았다. 과학은 지름길이 없다. 꾸준하게 투자하고 연구하더니 최근 들어서 그 결실을 맺고 있다고 봤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내리막일 것으로 추정했다.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GDP 대비 RND연구비가 한국에 추월당하고, 젊은이들이 더 이상 힘든 일을 하지 않는 풍토라서 걱정이라고 했다.
또 궁금한 것이, 단순한 생각에 수상자들 출신은 도쿄대학이 압도적으로 많아야 하는데 아니었다. 교토대학 출신이 더 많고, 오사카 대학을 포함해서 다양한 지방대 출신이 많다는 것이었다. 민간 연구소에서 평생을 보낸 수상자도 있었다. 우리 기준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일본에서도 논의가 됐던 부분이었다. 연구 주제와 연구 풍토 차이였다.
참석자중 한 명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도쿄대 출신은 모범생이고 직위가 안정돼서 노벨상은 안된다고 했다. 정부에서 하는 안정된 큰 프로젝트에 안주하며 모험을 안한다고 분석했다. 노벨상은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는 독창적 시각을 중요시한다. 그러니까 연구비 문제보다 독창적 기질을 인정하는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런 점은 교토대학이나 오사카 대학의 분위기와도 맞는 일이었다.
문학상 얘기가 나오자, 한 명은 아예 단정적으로 얘기했다. 거명되는 사람은 오래 전부터 후보에는 끊임없이 올랐지만 안된다고 봤다. 그 작가는 시대 정신을 읽고 고민하는 작가는 아니라는 것. 그 부분은 이해가 되었다. 한국에도 글 잘쓰는 작가는 많다. 매년 노벨상 발표때가 되면 집 주위에 카메라가 진을 친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에 한강 작가는 그런 류의 소설가가 아니었다.
일본에서 객관적으로 보니까 노벨상에 대해 나름 판단이 생겼다.
한국이 모든 부분에서 이 정도까지 올라온 것은 기적이다. 그런데 기본도 없이 노벨상까지 탐내는 것은 아직 무리다. 하지만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는 RND 연구비 증가율, GDP 대비 연구비는 세계 탑 수준이다. 과학자들 수준 또한 탑이다. 언젠가 '과학계 카르텔' 얘기를 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한국 과학자 개개인의 의무감은 세계에서도 알아준다. 외국처럼 신분적으로, 금전적으로 보상받지 않아도 연구실을 지키고 있다. 연구 주제를 조정하고 연구비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아주 깐깐하고 잘 돌아가고 있다.
그럼 우리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30년 전부터 대규모 투자를 했고, 훌륭한 과학자들이 자리를 지켰으니까 노벨상이 멀지않았다.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노벨상은 과학자 혼자 받는 게 아니다. 연구비만 준다고 받는것도 아니다. 연구비가 많은 도쿄대학보다 학풍이 자유로운 교토대학이 더 많은 것을 보라.
정부는 큰 방향만 잡고 간섭하지 말자. 과학자들이 자유로운 공상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자. 국민들 모두 과학적·독창적인 사고를 수용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자.
모두 의대에 간다고 한탄하지말고, 연구자를 돈으로 우대하자. 병역 혜택을 주자. 그렇게 한 경험이 1970년 우리들에게는 있었다. 그러면 노벨상을 받지 않더라도 좀 더 합리적이고 재미있는 사회가 되고, 덤으로 노벨상 수상 시기는 좀 더 빨라지지 않을까?
임재양(임재양외과 원장, 게이오대학 법학과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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