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 괴연동에 조성된 '신성일기념관'이 개관 첫 주말을 맞아 다양한 지역에서 찾은 관람객들로 활기를 띠었다. 22일 2층 상설전시관 '신성일의 서재'에서는 시민들이 고(故) 신성일의 실제 서재를 재현한 공간을 둘러보며 필사 자료와 수집품, 서가에 빼곡히 꽂힌 문학 서적을 살펴보고 있었다. 인근에는 1960~70년대 영화 포스터들이 전시돼 그의 전성기와 한국 영화계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며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붙들었다.
상설전시관 '스타스토리지'에서는 신성일과 엄앵란의 결혼식을 기록한 영상과 함께 당시 착용했던 드레스와 턱시도가 전시돼 방문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전시된 예복은 유품 자료와 사진 아카이브와 함께 배치돼 있으며, 관람객들은 스크린에 비치는 옛 결혼식 장면을 바라보며 두 배우의 삶과 활동기를 함께 떠올렸다. 한 영천 시민은 "우리 지역에 이런 문화시설이 생겨 자부심이 생긴다"며 "영천을 찾는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1층 실감영상실에서는 신성일의 영화사적 유산을 모티브로 제작된 미디어 아트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대형 스크린 속 젊은 시절 신성일의 표정과 대표작 장면들은 세대를 넘어선 존재감을 드러냈고, 관람객들은 어두운 공간에서 조용히 영상을 지켜보며 그의 영화 세계를 되짚었다. 이날 관람객은 대구는 물론 구미·창원·부산 등지에서 찾아와 주말 동안 꾸준한 흐름을 보였다. 한 중장년층 관람객은 "신성일씨 영화를 보며 청춘을 보냈다"며 "그 시절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잘 꾸며진 기념관 외부도 관람객의 발걸음은 붙잡았다. 회색 계열의 절제된 건축물 앞에서는 방문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거나 전시장으로 향하며 관람을 이어갔다. 인근 산세와 조화를 이룬 건물은 고인의 영화적 여정과 삶을 기념하는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건축적으로 드러냈다.
신성일기념관은 한 시대를 대표한 배우의 삶과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조성됐다. 신성일은 생전 영천 괴연동 한옥 '성일가'에서 생활했고, 그의 유족이 성일가와 토지를 기부하며 기념관 건립이 본격 추진됐다. 영천시는 기념관을 영화·전시·체험·교육이 결합된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육성해 지역 문화 기반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개관 직후 맞은 첫 주말인 22~23일 이틀 동안 약 1천200명의 방문객이 찾은 것은 기념관의 가능성과 지역민의 관심을 확인하게 하는 대목이다. 기념관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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