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군인의 복종 의무 폐지 과유불급 안되길
이재명 정부가 76년 만에 공무원 복종 의무(공무원법 제57조)를 폐지키로 한 것은 지난해 12월3일 밤 결행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와 무관치 않다. 돌이켜 보면 군대가 출동하는 계엄발동은 자칫 엄청난 충돌 사태를 야기할 수 있었다. 무혈로 큰 불상사 없이 6시간 만에 끝난 것은 군(軍)과 공무원들이 적절한 절제 속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공무원 복종의무 삭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발달과 시대변화에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복종(服從)이란 사전적 의미를 따져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시기적으로 의심스런 구석이 없지 않다. 이재명 정권은 현재 정부 각 부처에 내란 관련 TF를 구성하고 내란에 동조했던 공무원들을 색출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상하관계를 파괴하는 상호 책임 전가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방부가 찬성 의견을 제시한 군인복무기본법 제25조, '군인은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조항의 개정은 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군인도 '위법한 명령'은 거부할 수 있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정의적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부하가 상관의 명령에 대한 위법성과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 특히 전투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이를 가려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군대가 '조건부 명령'에 작동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란 반문이다.
과거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한다'를 '충성을 다한다'로 바꾼 바 있다. 이번 법 개정도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 민주당 정권이 정치적 의도를 깔고 추진한다면 공무원과 군 조직의 고유한 특성을 파괴하고, 국가 정체성마저 훼손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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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도 우려한 한국의 정년·연금 문제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한국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상향하고, 경직된 임금구조도 개혁하라고 권고했다.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만 연금의 안정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구조를 직무 성과 중심으로 고쳐야 정년 연장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IMF가 특정 국가의 정년 및 연금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룬 것은 이례적인 것이어서, 우리에게는 불편하게 들릴 수 있다. 특히 65세 정년 연장은 연금 수급 전까지의 소득 절벽을 막기 위한 것인데, 연금 수급 시기를 68세로 늦추라는 제안은 또 다른 소득 절벽 시기를 초래하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IMF의 권고 내용 상당수는 한국 내부에서도 제기돼 온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그 속도마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IMF의 조언은 밀도 있게 논의돼야 할 것들이다. 특히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고령자의 채용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처방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다. 정년 연장은 세대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그러다보니 정부와 정치권도 이해 당사자들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고 있다. 연금 수급 시기는 우리 국민의 안정된 노후생활과 맞물려 있다. 하루라도 빨리 관련된 모든 기관·단체가 머리를 맞대, 세대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으니, 더 늦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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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문화예술도시 대구, 달성아레나로는 부족하다
대구 달성군이 대구교도소 이전터를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인 '달성 아레나'로 조성하기로 했다. 2033년 완료가 목표인 달성 아레나는 달성군 단일 사업으론 최대 규모인 3천500억원이 투입된다. 2천~3천석 규모의 대공연장, 전시장이 들어선다. 대형 공연장 부족에 허덕이는 대구에 그나마 숨통을 트여줄지 기대된다.
한때 대구는 서울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인프라, 콘텐츠에서 우위를 점했다. 20년 가까이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개최하고 2003년 단일 공연장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한 오페라하우스 개관 이후 국제오페라축제도 열면서 공연도시로서의 위용을 자랑했다. 하지만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대구 대표콘텐츠인 뮤지컬마저 부산에 뒤처지는 모양새다. 비수도권 도시 중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대구는 2022년 티켓 판매액에서 부산에 처음으로 추월당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올해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분석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공연 티켓 예매수는 24만8천324매, 판매액은 118억7천697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10% 감소했다. 반면, 부산은 티켓 예매수 50만818매, 판매액 510억1천439만9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상승했다. 부산이 드림씨어터와 부산콘서트홀을 기반으로 대형공연을 유치하고 관객 유입의 선순환을 끌어낸 것이다.
3년째 지지부진한 대구문화예술허브사업 등 대구의 문화 인프라 확장이 더욱 시급해졌다. 2022년 국정과제로도 선정된 문화예술허브사업은 경북도청 후적지에 국립뮤지컬콤플렉스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내년엔 부산오페라하우스도 개관한다. 지역 문화 경쟁력을 결정짓는 인프라 격차가 심화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크다. 이런데도 언제까지 진척 없이 시간만 흘려보낼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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